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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기술 진보와 인류의 선택

by 엠에스

<AI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 기술 진보와 인류의 선택


기술은 언제나 인류를 양날의 칼 앞에 세워왔다. 증기기관이 노동의 패러다임을 바꿨을 때, 인간은 근육을 잃는 대신 속도를 얻었고, 컴퓨터가 사무실을 점령했을 때 인간은 계산을 포기하고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AI)은 인간의 마지막 자산이라 여겼던 ‘사고’의 영역을 넘보며 우리를 또 다른 문명의 기로에 세우고 있다.


AI는 과연 인류에게 새로운 번영의 기회를 제공할 실이 될 것인가, 아니면 대규모 실업과 불평등의 천을 짜는 자동 베틀이 될 것인가?


방적에서 직조까지 ― 산업혁명은 무엇을 남겼는가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MIT의 사이먼 존슨 교수는 19세기 초 영국 섬유산업의 사례를 통해 기술 발전의 복합적 영향을 설명한다. 방적기계의 도입으로 실 생산량은 급증했지만 방적 공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실의 풍요는 새로운 수요를 낳았고, 많은 이들이 직조공으로 전환해 이전보다 더 나은 소득과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길지 않았다. 자동 베틀의 등장은 직조공들마저 무력화시켰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았다. 기술은 새로운 기회를 주었지만, 그것이 모두에게 지속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사건은 오늘날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사유하는 데 있어 강력한 은유가 된다. 기술은 한 손으로 기회를 제공하지만, 다른 손으로는 그것을 회수한다. 문제는 누가 어떤 손에 잡히느냐는 것이다.


AI와 불평등 ― 스킬 편향의 유산


20세기 후반 정보기술의 발달은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렸지만, 그 혜택은 전부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스킬 편향 기술(skill-biased technology)'이라는 개념은 고숙련·고학력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디지털 격차는 단지 장비의 차이가 아니라, 삶의 기회와 존엄의 차이로 이어졌다.


SNS를 만든 사람들은 억만장자가 되었지만, 그 플랫폼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알고리즘의 종속자’가 되었다. 기술은 평등하게 배포되지 않았다. 그것은 언제나 능력 있는 자의 손을 먼저 거쳤고, 남겨진 다수는 그들을 위한 하위구조가 되었다.


AI가 이 흐름을 반복한다면, 우리는 더 큰 사회적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AI는 다를 수 있다 ― 역스킬 편향의 가능성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일부 연구는 AI가 ‘역스킬 편향’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AI는 오히려 숙련도가 낮은 사람에게 더 큰 생산성 향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보 상담원이 AI의 도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글쓰기에 서툰 사람이 챗GPT를 통해 글을 완성하는 사례가 그렇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는 이를 통해 “중산층의 재건”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형태로 작동한다면, AI는 평등의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민주화하고, 누구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면, 우리는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고 숙련자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


이와 동시에, AI는 인간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고도의 인지 노동마저 대체하려 하고 있다. 이미 빅테크 기업들은 프로그래머, 분석가, 마케터 등 고숙련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고 있다. 법률 서비스, 의료 진단, 콘텐츠 생성까지도 AI가 능숙하게 수행하는 시대다.


이는 ‘아무리 똑똑해도 안전하지 않다’는 시대의 도래를 뜻한다. AI는 단지 저임금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 있는 자조차 불안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과거 기술 혁신과 질적으로 다른 위협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 기술 진보 이후의 노동


과연 해고된 고 숙련자 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AI 기술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도메인 특화형 AI 개발, 윤리 감독, 사용자 경험 설계, 데이터 해석 등은 AI 시대의 새로운 직업군이 될 수 있다. 기술은 새로운 종교처럼 새로운 사제층을 만든다.


그러나 이 ‘선순환’은 자동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일자리가 충분히 빨리, 충분히 많이, 그리고 충분히 다양한 사람에게 접근 가능하지 않다면, AI는 일자리 재편이 아니라 일자리 고갈로 귀결될 것이다.


기술은 도구다 ― 선택은 인간에게 있다


AI의 미래는 기술 자체에 달린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어떤 철학으로, 어떤 윤리로 설계하고 사용하는가는 전적으로 인간의 몫이다.


1. 노동 보완형 AI 기술 개발 지원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지 않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설계해야 한다. 인간 중심 설계(Human-in-the-loop)와 같은 윤리적 개발 철학이 강화되어야 한다.


2. 교육 혁신과 평생학습 체계 구축

AI 활용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실용적 재교육 프로그램과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교육이 아니라, 문해력, 문제 해결력, 윤리적 판단력 등을 포함해야 한다.


3. 윤리적·법적 규범 정립

AI의 결정에 대한 책임성,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하는 프레임워크가 마련되어야 한다. 알고리즘의 편향,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 등은 단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지속성과 직결된 문제다.


4. 기술세·기본소득 등 새로운 분배 구조 논의

기술 발전으로 얻은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AI 이익 공유 메커니즘, 보편적 기본소득(UBI) 등의 분배정책도 진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의지의 문제다. 기술은 도구이며, 그 도구가 무기가 될지, 다리가 될지는 우리가 정하는 것이다.


마치며 ― 기술은 인간을 닮는다


AI는 인간의 가장 깊은 본능과 능력을 반영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그것은 인간을 닮는다. 경쟁을 닮을 수도 있고, 협력을 닮을 수도 있다. 지배의 도구가 될 수도, 해방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기계가 실을 뽑던 순간’을 지나 ‘천을 어떻게 짜야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세계가 아닌, 인간을 확장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상상력과 윤리적 결단이 요구된다.


AI는 재앙이 아니다. 그러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선택이 필요하다. 기술의 미래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와 연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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