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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심(力心)과 강심(强心)

자기를 이기는 자, 세상을 이긴다

by 엠에스

<역심(力心)과 강심(强心)>

― 자기를 이기는 자, 세상을 이긴다


고대 중국의 철학자 노자는 말했습니다.


“남을 이기는 자는 힘 있는 자요, 자기를 이기는 자는 진정으로 강한 자다.”


이 말은 단순한 도덕 교훈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통찰입니다. ‘남과의 싸움’은 세상의 구조 속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싸움은 ‘나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후자가 진정한 강자의 길입니다.


역심(力心): 남을 이기는 힘


사람은 타인과 경쟁하며 성장합니다. 사회, 직장, 학교, 심지어 인간관계 속에서도 우리는 비교되고 평가받습니다. 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 즉 ‘역심(力心)’은 일정한 기술과 힘, 전략을 요합니다.


그러나 이 힘은 한계가 있습니다. 외부 환경에 따라 변하고, 더 큰 힘 앞에서는 무너질 수 있는 상대적 우위일 뿐입니다. 역심은 ‘승자’가 될 수는 있어도, ‘존경받는 인간’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라고 요구합니다.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많은 팔로워, 더 좋은 외모…


그러나 이런 경쟁은 끝이 없습니다. 이기더라도 불안은 남고, 지면 자존감은 무너집니다. 이기고도 불행한 사람들, 성공했지만 비어 있는 마음, 그들이 놓친 것이 바로 ‘강심(強心)’입니다.


강심(强心): 나를 이기는 마음


자기를 이긴다는 것은 탐욕(貪慾)을 절제하고, 나태(懶怠)를 극복하며, 교만(驕慢)을 낮추고, 불신(不信)과 거짓(虛僞)을 버리는 일입니다.


이 싸움은 조용하고 느립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박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싸움을 이겨낸 사람만이 흔들림 없는 내면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진정한 강자는 외적 승리가 아니라 내면의 자유를 쟁취한 사람입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등장합니다. 자기 조절(self-regulation), 자기 통제력(self-control), 자기 성찰(self-awareness)은 성공보다 지속 가능한 행복의 열쇠로 꼽힙니다. 하버드대의 장기연구에 따르면, 자기 절제가 뛰어난 사람일수록 더 깊은 인간관계와 장기적 행복을 얻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 ― 존재의 출발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는 단지 지적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존재의 방향성과 의미를 찾는 삶의 출발점이 됩니다.


또한 가톨릭의 참회문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나의 큰 탓이로소이다”는 타인을 탓하기보다 자기 안의 문제를 먼저 들여다보는 겸손과 성찰의 자세를 보여줍니다.


이 두 전통은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도 인간이 자기 자신을 알아야 진정한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진리를 공유합니다.


걸림돌과 디딤돌 ― 해석의 힘


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인생의 ‘돌’을 만납니다. 그것을 걸림돌로 여기는 사람은 좌절하고 그것을 디딤돌로 바꾸는 사람은 성장합니다.


문제는 돌이 아니라, 그 돌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과 관점입니다. 강한 사람은 현실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기 인식을 바꿉니다. 그리고 그 인식의 힘이 세상을 바꿉니다.


강심의 리더십 ― 자기중심에서 공존으로


진정한 강자는 타인을 무시하거나 지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비우고, 타인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갈 길을 찾는 사람입니다. 자기감정과 충동을 다스리고, 자기 이익보다 공동선을 먼저 생각하며, 불필요한 경쟁보다는 창조적 협력을 택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늘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말보다 먼저 경청하며, 마음의 무게를 감당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강심의 리더십은 오늘날 분열과 갈등의 시대에 더 절실히 필요한 덕목입니다. 통합의 리더십입니다.


결론: 자기를 이기는 자, 세상을 바꾼다


남을 이기는 힘은 일시적인 우월감과 지위를 줄 수 있지만 자기를 이기는 마음은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습니다. 자기와 싸워 이긴 사람만이 진정한 자유와 평온, 인간다운 관계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만이 세상을 ‘디딤돌’로 바꾸며, 고요하지만 단단한 방식으로 세상을 이기는 법을 아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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