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이 준비된 만큼만 세상을 본다(People only SEE what they are PREPARED to see). 눈앞에 많은 것들이 펼쳐져 있어도, 내가 관심을 두고 찾아보려는 대상만 눈에 든다.
옷을 사려는 날이면 사방이 온통 옷 가게 천지가 되고, 헤어스타일을 의식하는 날에는 모든 사람의 헤어스타일만 크게 보이게 된다. 그날그날 내 마음속 관심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가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대상도, 마음이 표현하는 반응도 달라진다.
그러나 한편으론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전혀 알지 못한 가게가 있다. 어느 날 문득 누군가 “근처에 문방구점이 어디 있냐?”라고 물어볼 때야 “아, 그러고 보니 회사 뒤에 문방구점이 있었나?” 하며 놀라곤 한다. 여러 번을 지나쳤을 텐데 마음속에 전혀 기억조차 남지 않은 것이다. 관심이 없으니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프랑스 작가 모파상의 단편소설 속 여인이 잃어버린 가짜 목걸이를 진품이라고 알고는 평생을 빚에 허덕이며 갚으려 했던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든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래서 산업시찰단을 파견할 때는 한 번에 모든 정보를 획득하여야 하므로 특정 분야를 전공으로 한 사람으로 구성하드라도 기획부터, 연구개발, 제품설계, 제조, 시험 평가, 구매, 종합군수지원 등 기술적으로 다른 분야의 경험 인력을 동시에 구성하여 파견한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경험의 눈으로만 판단하는 한계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바쁜 일상으로 인하여 모든 정보를 다 읽고 보고 느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취득하기 위하여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나름 선호하는 획득 수단을 통하여 꾸준히 취득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한쪽으로 기울어진 마음으로 편 가르기에 채색된 정보로 무장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로 갈라지고 같은 진영 속에서조차 주류와 비주류로 구분이 되어 편 가르기 싸움을 하고 있다. 내가 속하는 편만 믿기 때문이다. 오히려 합리적 중도 중용 세력들이 배신자로 몰리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비효율성이 나라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태이다. 패거리 싸움만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편, 세상 모든 것을 모두 다 제대로 보고, 완벽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아마 뇌가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정보의 홍수로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대뇌는 들어오는 정보 중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만 추려서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걸러낼 것이다. 그리고 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의 관심사나 감정 상태, 즉 대뇌가 어떤 마음 상태에 맞춰져 있는가에 달려 있다.
예컨대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할 때는 출근길의 일상 풍경조차 눈부시게 보인다. 평소와 똑같은 거리, 똑같은 건물, 똑같은 사람들인데 유난히 밝고 활기차게 느껴져 저절로 콧노래라도 흥얼거리게 된다. 반면 마음이 울적할 때는 초록 잎이 무성한 나무를 봐도 시들고 흑백으로만 보이는 것과 같다.
그러나 한 발 떨어져 바라보면, 세상이 본질적으로 어렵기만 한 것도, 쉬운 것도 아니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질 뿐이며, 어느 쪽을 더 크게 인식하느냐는 내 선택이자 책임이다. 마치 반 컵의 물을 보고 “이제 절반밖에 남지 않았어”라고 슬퍼할 수도, “아직 절반이나 남았군”이라고 기뻐할 수도 있는 것처럼, 각자의 관점이 결국 현실을 결정한다.
결국 세상은 “내가 보는 것만이 존재하고, 또 보는 대로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슬픔에만 머무를 수도, 혹은 기쁨과 아름다움을 조금 더 찾아볼 수도 있다. 언제나 반은 차 있고, 반은 비어 있는 물컵처럼, 세상 역시 좋은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을 동시에 품고 있다.
내 마음이 보는 대로, 세상은 그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날 뿐이다. 결국 “세상은 보는 대로 존재한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 것, 그것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열쇠가 된다. 오늘 하루 무엇에 주파수를 맞출지, 무엇에 내 시선을 고정할지, 결국 그 선택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정보 홍수 시대에 정보 획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면서도 내 마음 상태로 인해 정보 편식이 되지 않도록 다양하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