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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치유하려 하지 마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기다려라

by 엠에스

너저분한 부엌에서 일에 찌든 소녀를 구해내어 예쁜 공주로 탈바꿈시키는 멋진 왕자가 되고 싶은 환상, 바보 같은 온달을 지고지순한 사랑을 통해 훌륭한 낭군으로 만드는 환상, 이것은 누구나 한 번쯤 꾸는 꿈이다.


이런 환상은 누군가 자신을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소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구원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원함으로써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주로 사랑하는 사이에서 나타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구원하려 하거나 치유하려 들면 안 된다. 그러는 순간 그 관계는 허물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오랜 고통이 있다면 차라리 전문 상담가를 소개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 다음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면서 말이다.


만일 당신이 치유하려 들면 어느새 지배하려 할 것이고 상대는 자신을 통제하려는 당신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낄 것이다.


서로의 감정이 통제되지 않고 얽히면 문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종국에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사랑은 분명 과거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진정한 사랑은 우리를 훨씬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감추고 싶었던 나의 단점과 결점을 알고도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준다면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구나’하는 긍정적인 확신을 갖게 된다.


그래서 자신감이 넘치고 무엇이든 시도해 보려고 한다. 그동안의 심리적 장벽을 없애고 새로운 세계를 조우하며 자신을 확장해 나간다.


사랑 안에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 자체에서 오는 것이지 당신이 상대를 치유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상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일 그리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함부로 치유하려고 하지 마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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