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없이 함께 흐르는 사이
— 억지 없이 함께 흐르는 사이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가 닿는 사람,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괜찮아, 내가 여기 있어"를 전할 수 있는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무언의 배려로
삶의 어느 지점에 함께 머물러 주고,
도움을 말보다 먼저 내미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당연함이 아니라 늘 고마움으로 남는 —
그런 따뜻한 사이였으면 합니다.
세찬 바람이 불 때,
묵묵히 앞에서 막아주는 방풍림처럼,
자기 한 몸 내어주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처럼
그렇게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물이 맑아서
산의 그림자를 고스란히 품어주고,
산이 높아서
물길이 더 깊고 푸르게 흘러가듯,
서로의 깊이를 더해주는 관계,
함께일수록 더 단단해지는 사이,
우리는 그런 풍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
서로를 바꾸려 하지 않고,
억지로 가까워지려 하지 않아도
거기 그대로 있어주는 것만으로
아름다워지는 사이.
서로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이.
그렇게 곁에 있었으면 합니다.
인생은 누가 먼저 가는 경주가 아니라,
걸음마다 풍경을 음미하며 걷는 긴 여행입니다.
그 여행길 어딘가에서 당신을 만나
함께 걷게 된 건,
내게 얼마나 고맙고도 놀라운 선물인지요.
우리, 변함없이 곁에 머무는 친구로
다가오는 세월도
좋은 생각, 푸른 마음으로 살아내며,
서로에게 길동무, 말동무가 되어
이 인생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어도
우리, 억지로 시간을 되돌리려 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속도로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기를 —
나는 조용히, 그러나 깊이 희망합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만
함께 있을 때 더욱 맑아지고 깊어집니다.
우리도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말없이 마음을 다 전할 수 있는,
그런 다정한 관계로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