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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행정부 국무위원 겸직, 과연 정당한가?

by 엠에스

<입법부 국회의원의 행정부 국무위원 겸직, 과연 정당한가?>

― 삼권분립의 원리와 한국 정치의 구조적 모순


대한민국 정치에서 매 정부 출범 시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바로 현직 국회의원이 장관 등 행정부 요직으로 임명되는 관행이다. 이는 책임정치와 국정 효율성을 이유로 정당화되지만, 실상은 삼권분립의 근본정신을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 제도의 법적 근거를 점검하고, 특히 엄격한 권력분립을 유지하는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여 그 문제점을 심층 분석하며, 철학적·정치학적 통찰을 더해 그 폐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법률적 근거: 허용되지만 정당한가?


① 헌법 규정

헌법 제43조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

이 규정은 원칙적으로 겸직을 금지하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직은 법률로 정한다는 의미다. 즉, 헌법 차원에서 엄격 금지가 아니다.


② 국회법의 예외

국회법 제29조 제1항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


즉, 국무총리·장관은 겸직을 허용하는 반면, 다른 공직은 금지한다. 현재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에 의한 합법적 예외이며, 관행적으로도 폭넓게 인정되어 왔다.


③ 문제의 핵심

합법 여부가 아니라, 삼권분립의 취지에 적합한가? 현 체계는 분명히 입법부에 속한 인물이 행정부의 핵심 권한을 동시에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구조이며, 이는 민주주의 원리와 충돌한다. 따라서 삼권분립을 강화하려면 헌법 또는 국회법 개정을 통해 명시적으로 겸직을 금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소수의 비판이 아니라 학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한국 vs 미국: 삼권분립의 엄격성 차이


한국

국회법 29조에 의해 국회의원이 총리·장관을 겸직 가능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 임명 → ‘겸임제’

한국은 미국과 달리 의원내각제의 흔적을 부분적으로 갖는 “혼합형 체제(세미 프레지덴셜적 요소)”의 특성을 보여 왔다는 해석도 있음.


미국

“Separation of Powers Doctrine(권력분립 교리)” 하에서 의원이 장관이 되려면 반드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함 (미 헌법 제1조·제2조 판례 및 관행)

입법부의 견제 기능 강화를 위해 철저히 분리


차이의 본질

미국은 제도적으로 권력 집중을 경계하는 체제이고, 한국은 정치적 효율성과 대통령제의 장관 인선 자유도를 높이는 실용적 고려가 반영된 구조다. 그러나 실용성의 이면에는 권력 집중·상호 견제 약화라는 위험이 도사린다.


핵심 문제: 견제 기능의 사실상 마비


① 행정부에 대한 견제 약화

장관으로서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으로서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장관이 본회의·상임위에 참석할 때 스스로 추진한 정책을 비판할 수 있을까? 그가 소속된 정당은 장관을 비판할 수 있을까? 결국 견제는 형식적 절차로 전락한다.


② 권력의 집중

입법권과 행정권이 한 개인 또는 특정 정파에 과도하게 집중된다.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말했듯 “권력은 권력을 만나야만 멈출 수 있다.” 한국의 겸직 구조는 이 고전적 원리를 위반하며, 국회 다수 정당이 집권 세력이면 견제는 더욱 느슨해진다.


③ 이익 충돌

겸직 의원은 자신이 관할하는 부처의 예산·법안 논의 과정에서 객관적 판단이 불가능하다. 결국 행정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행정부 내 국회의원’이 되어 입법부의 균형감을 해칠 수 있다.


국회의원 특권의 악용: ‘두 마리 토끼’라는 허상


① 의원 신분 유지 + 장관 권한 모두 누림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

지역구 기반 유지

장관이라는 대형 정치적 이력까지 확보

이는 사실상 막강한 정치적 방패막이를 제공한다.


② 장관직의 정치적 이용

장관 경험은 차기 선거에서 “국정 경험자”, “행정 전문가”, “대통령이 신뢰한 인물”이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된다. 결국 장관직은 정치적 사다리가 되기 쉽다. 민주주의는 시민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경력 관리의 수단으로 오염된다.


지역구 공백: 가장 실제적이고 심각한 문제


국회의원은 지역 구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다. 그러나 장관이 되는 순간:

장관 업무(국무회의, 예산·법안 대응, 부처 운영)가 대부분

지역 민원·현안 대응 시간 부족

보좌진 중심의 지역 관리

지역구 예산 확보·법안 발의 지연

주민과의 소통 단절

이는 지역구를 “사실상 무주공산”으로 만든다. 대의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고 실질은 사라진다.


철학적·정치적 통찰: 권력은 비어 있는 자리에 흘러든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권력은 비어 있는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에서 ‘겸직 허용’이라는 작은 틈은 결국 권력이 중첩되고 응축되는 거대한 장(場)을 만들어 왔다.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 권력

장관의 행정 집행 권력

정당의 정치권력

이 세 권력의 결합은 삼권분립의 취지를 흐리고, 견제 없는 권력을 생산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결론: 엄격한 겸직 금지는 민주주의 개혁의 출발점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 문제는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질서의 본질, 그리고 국민의 대표성·민주적 책임성·권력 견제의 구조와 직결된 문제다.


✔️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

헌법 또는 국회법 개정으로 겸직 금지 원칙을 명문화할 것

“정부에 봉사하고 싶다면 의원직을 내려놓고 장관직을 맡아라”는 미국식 원칙 확립

지역구 공백 방지와 대의정치 회복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견제와 균형을 되돌릴 것


마지막 메시지


겸직은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잠식하고 민주주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제도적 허점이다.


권력은 나눌 때 성숙해지고, 견제할 때 건강해지며, 분리할 때 민주주의가 완성된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성숙하려면, 입법부와 행정부의 명확한 분리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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