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우리 집은 통창이 크게 자리하고 있어 햇볕이 잘 들어온다. 건물과 건물이 맞닿아 한낮에도 형광등을 켜지 않으면 깜깜했던 지난 집에서 3년 동안 살면서 깨달은 교훈과도 같았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곳으로 가기. 덕분에 침대에서 눈을 뜨면 맑은 하늘과 구름이 한눈에 들어오는 집을 얻을 수 있었다.
서걱거리는 하얀 이불 위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으면 자연스레 햇볕이 이마를 간지럽힌다. 달군다. 눈이 부신다. 코끝이 간질거리고, 마치 햇볕의 냄새까지 맡아질 듯 쏟아지는 햇살 줄기 하나하나가 생생하다. 이런 날 느껴지는 햇볕에 '겹'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상상하면 마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외국의 디저트같이 포근하게 겹겹이 겹쳐있으리라 믿어진다. 행복이라기 보다는 사랑에 가깝다, 이럴 때 느끼는 감정은 말이다.
모든 햇볕을 사랑하지만 봄의 햇볕에는 또 뭔가 다른 점이 있다. 다소 선명하고 조금 더 다정하다. 그 다정함에 취해 나는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애꿎은 이불을 돌돌 말며. 아마 감긴 눈꺼풀 그 위 속눈썹에까지 맞닿아 있을 것이다, 봄의 햇볕은.. 그게 봄의 햇볕이다. 그처럼 선명하고 다정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