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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방

용도 그 이상의 가치

by 부냥

어렸을 때 저는 부모님이 시장에서 사주신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녔습니다


책을 많이 담을 수 있고, 튼튼하다면 그것이 제일 좋은 가방이었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커지면서, 저는 메이커 가방을 사달라고 부모님께 얘기하게 됩니다


똑같은 책이 들어가고, 필기구가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5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메이커 가방을 메고 있는데 그 와중에 저만 안 맬 수는 없었기에,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달라고 때를 부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길을 가다 보면 간신히 핸드폰만 들어갈 정도의 명품 가방들을 매고 다니는 여성분들이 많습니다


궁금해서 가격을 찾아보니, 천만 원이 넘습니다. 10만 원 남짓하던 메이커 책가방과는 차원이 다른 가격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현재의 부동산 시장과 아주 유사합니다





집의 본 용도는 내가 살고, 잠을 자는 곳입니다


서울에 있는 집을 살던, 지방에 있는 집을 살던 그 본래의 이유는 같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가방과 같이 한국 부동산은 그 용도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미지입니다




남들 모두가 살 수 없는 곳에 사는 것


내가 사는 곳이 곧 명함이자, 실력인 시대입니다


'이러한 것이 맞는가?'라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비교에 예민한 우리이기에, 높은 아파트를 마주할 때 나타나는 열등감은 곧 더 좋은 아파트를 가고자 하는 열망으로 바뀌게 됩니다




시장 가방은 20년 전과 같이 여전히 만원입니다. 종종 할인을 할 때는, 더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명품 가방은 절 할인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년 그 가격은 증가합니다


아파트 가격을 깎아서 살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은 명품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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