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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은 연인에게

어른이 되지 못한 우리에게

by 조앤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을 사랑하기에는 사랑이 많지 않아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랑을 받기에는 사랑스럽지 못해서. 그래서 몇 번이고 울었다. 너도, 나를 사랑해 달라고. 나를 아껴달라고. 지치고 지친 나를 조금만 더 사랑해 달라고. 그렇게 외치는 동안에도 결국 사랑받지 못할 존재란 걸 알아서 좀 서글퍼졌다.


너는 내 지독한 첫사랑이었고 가장 단단한 우정이었어. 이만큼 누군가를 좋아해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록 오직 너만을 사랑했다. 나는 이 글을 네가 읽지 않기를 바라. 더 이상 너와 엮이지 않기를 바라. 그럼에도, 이 글을 보내는 이유는 네가 여전히 내 삶에서 살기 때문이지.


나의 10대에서 너를 제외하고 설명할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고, 그건 내게 저주이자 축복으로 남을 거야. 너로 인해 너무 많이 울어서, 더 이상 행복했던 기억보다 슬펐던 기억이 더 많아서 우리는 이별을 맞이해야만 해. 정말 많이 좋았는데, 세상은 그것만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잖아.


우리는 계속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겠지. 내가 더 상처받았네, 내가 더 울적하네를 경쟁할 거야. 소중한 친구를 잃은 건 나라고. 그렇게 수도 없이 다툴 거야. 그래. 우린 이제 정말 끝을 맞이해야만 해. 좀 더 성숙해진 미래를 위해서 서로를 놓아줘야 해.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는 결국 서로를 놓아야만 해.


나, 너 때문에 정말 많이 상처받았고, 울었으며 괴로워했다. 아직까지 비수로 남아있는 마지막 대화를 비롯한 여럿 기억들은 가끔가다가 나를 울릴 거야. 나의 순진함을 이용한 너에게 더 이상 화를 낼 수도 없는 현실이 나를 계속 울릴 거야. 그럼에도, 그런 기억들을 넘어설 정도로 너를 좋아했기에, 그리고 더는 그럴 수 없기에 나는 너와 헤어진다.


내 상처 하나하나 너에게 터놓지는 않을 테니, 너는 평생 내 상처를 모른 채 살아가도 괜찮아. 그냥 그렇게 모르고 살아가도 괜찮아. 나는 이미 너를 용서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너는 항상 네가 내게 최선을 다했다고 믿겠지. 내가 그렇듯이. 기억이란 왜곡되고 변주되기 마련이니까. 미숙했던 자신을 탓하고 싶지는 않겠지. 그래도 가끔은, 너의 잘못을, 너의 죄를 그리고 나의 잘못을, 나의 서투름을 떠올리길 바란다. 각자가 성장할 수 있게, 각자가 되돌아볼 수 있게. 아주 가끔씩만 그 기억에 괴로워했으면 좋겠다.


네가 너무 보고 싶은데, 너는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너는 내 얼굴을 흘깃 보는 것조차 싫어해서 조금은 힘들었다. 너에게 나는 고작 그런 존재라는 게 어려웠어. 너의 감정은 참 예민하고, 날카로웠지. 반대로 상처를 낼 때는 무딘 칼날을 사용해서 그게 참 아팠다. 그래 너무 외로웠어. 네 옆에 있던 나는 아프고 괴로웠어. 너는 몰랐겠지만.


우리는 잘 지내라는 말이 저주가 되는 사이다. 잘 지내라는 인사말이 비수가 되는 관계야. 그러니 잘 지내라는 말은 하지 않을 거야. 그냥 살아. 그냥 알아서 살길 바랄 거야. 더 이상 날 찾지 말고 살아가. 다시는 내게 상처를 주지 마. 다시는 나를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곳으로 여기지 마.


그래. 나는 착한 너를 좋아했다. 나에게 상냥한 너를 좋아했다. 이기적 이게도 나를 가장 먼저 버리는 너를, 나에게만 엄격한 너를 사랑하지는 않았어. 그러지는 못했지. 다정하게 살아. 상냥함을 잃지 말고 살아. 우습게도 그게 너를 지키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들의 무심함으로부터 너를 지킬 수 있는 방법.


늘 그렇듯 매번 우리의 안녕을 챙기는 건 나지. 우리는 서로에게 과분한 사람이었다. 과분한 사랑이었어. 그러니 안녕. 더 이상 너를 사랑할 용기가 내게는 없다. 너를 사랑하는 건 너무나 어렵고 두려운 일이야. 나는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 너에게서, 나에게서, 우리에게서 나를 지켜야만 해. 그러니 이해해 줘. 네가 너를 지키고 싶듯 나를 지키고 싶어 하는 나를.


너는 여전히 나를 용서할 수 없겠지. 그래도 괜찮아.
나를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계속해서 나를 원망해도 괜찮아.
너의 마음이 시키는 쪽을 따랐으면 좋겠어.


그럼에도, 나는 너의 삶을 용서해. 너를 이해해.

그래. 정말 마지막으로, 너를 용서한다.


있잖아,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더는 서로에게 상처 주지 말자.

그냥 그렇게 천천히 살아가자.



안녕, 나의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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