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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끝내 보내지 않을 것들

by 조앤

우리는 이제 실수로라도 이름을 부르지 않기 위해 조심하겠지. 서로를 닮은 누군가를 스쳐갈 때 자연스럽게 얼굴을 돌리겠지. 사랑하기 쉽지 않은 너를 사랑하려던 나의 노력은 그렇게 천천히 묻어져 가겠지.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가 추천한 음악을 흥얼거리고, 서로가 선물한 책을 전시할 거야. 함께 보던 영화를 보고, 자주 사 먹던 음식을 먹겠지. 우린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거야. 그러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 바뀌기에는 너무 바빠서. 수많은 이유가 우리를 따라붙고, 우리는 귀찮다는 듯이 그것들을 지워가겠지. 그러다가 문득, 내 연락처 상위에 있던 너의 번호가 더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될 때 우리는 두 번째 이별을 맞이할 거야.


잘 지내라는 마지막 말에 화를 내고, 억울해했던 것처럼 우리는 꽤 잘 못 지낼 거야. 우리는 가끔 서로의 세상을 자기 것처럼 여겼으니까. 오랜 습관이 우리의 발을 잡겠지. 문득 떠오르는 그때가 사무치게 그립다가도 또 원망스러워서 몇 번 잊으려고 노력할지도 몰라. 붙잡으려고 노력하진 않지만, 붙잡힐 상상을 할지도 몰라. 가끔은 마지막 말이 '꼴도 보기 싫어'가 아니어서 안심하고, 때로는 더 독한 말을 뱉지 못해 후회하겠지.


우리는 끝까지 상냥하지만 이기적이게, 다정하지만 가식적이게 서로를 기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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