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은 반드시 행복해질 것입니다
나는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 본 적이 없기에, 너를 향한 마음을 담는 건 어려운 일이었어. 흔히들 뱉는 '행복하길 바라'라는 말이 어찌나 어려운지 나는 그 의미를 찾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을 공들였다. 분명 빈말을 못하는 건 네 쪽이었는데도, 나는 그 간단한 말을 계속 입 안에 고아두었지.
그러던 중 네가 그랬지.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지금 당장의 행복을 빌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있잖아, 나는 가끔씩 주문을 외워. 언젠가 네가 내게 부탁했던 그 말을 혼자 중얼거려. "우리는 분명, 내일 더 행복해질 거야." 아주 큰 소리로, 혼잣말 같지 않은 혼잣말을 그렇게 뱉어 보고는 해. 그러면 기분이 조금 괜찮아지 거든. 그냥 평범하게 내일의 행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조금은 숨 쉬는 기분이 들어.
정말이지 웃긴 일이야. 숙제를 미루듯이 행복을 미루는 일은. 그리고 좀 답답해지고는 해. 행복조차 숙제가 되어버린 우리의 상황이. 안쓰럽고 안타깝고 그래.
일기를 쓰다 문득, 날씨가 좋다는 얘기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 하늘은 뿌옇고 바람이 좀 찬 날이었는데도 나는 멋대로 날씨가 좋다고 적고 있더라. 굳이 지우지는 않았어. 어차피 미래의 나는 그날의 날씨를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그냥 미래의 내가 그렇게 믿었으면 좋겠더라. 아, 이 날은 날씨가 좋았구나. 그 고운 날씨가 그때의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구나. 지금의 내가 미래의 행복을 꿈꾸듯, 미래의 나도 지금의 내가 행복하길 바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차마 지울 수가 없었어. 나는 내가 행복하길 바라니까.
너도 알겠지만, 우리가 어릴 때 꿈꿨던 것과 다르게 성장은 행복하지 않더라. 오히려 행복이란 게 더 어려워졌어. 더 모호해지고 더 멀어졌지. 어쩌면 우리가 너무 욕심이 과했나 봐. 너무 거창한 것들을 바랐나 봐. 그냥 소박한 걸로 만족했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할 수 있었나 봐.
그렇지만, 우리는 결국 그러지 않았어. 굳이 거창한 것들을 찾았지. 모두가 불필요하다 부르는 것들을 낭만이라 포장한 것도, 우리의 선택이라고 따지어댄 건 모두 어린 우리였어. 행복하지 않으면 어때.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행복해질 텐데. 그냥 그렇게 믿어버렸지. 있잖아, 나는 그때를 후회하지 않아. 세상에 시비를 걸 기개도, 뭐든지 훌쩍훌쩍 뛰어넘을 용기도 없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 것 같아.
뭐든지 귀찮아하던 우리였으니까, 그냥 행복도 귀찮아했던 것뿐이야. 언제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야. 숙제를 미루듯, 방청소를 미루듯 행복을 잠깐 미뤄뒀을 뿐이야.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온갖 부정적인 것들과 온갖 긍정적인 것들 속에서 살아가. 울지 못하는 날에는 글을 쓰고, 울고 싶은 날에는 내가 남긴 글을 지워. 그리고 몇 번이고 되뇌어. 내일은 반드시 행복해질 거라고. 수천번을 떠올려. 내일의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 막연한 기대와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명확한 설렘 속에서 그 행복을 기다려.
우리 행복해질까?
이 말도 안 되는 청춘이란 이름에서 도망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