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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과 불가능의 차이를 몰랐던 1학기의 내 모습...

초6 연대기

by Blue Page

요즘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연애이다. 작년까지는 '노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면, 이젠 노는 것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연애나 이상형 따위의 얘기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무리의 리더도 바뀌었다. 작년에는 가장 자기주장이 강하고, 또 의사가 분명해서 '오늘은 이거 하자' '내일은 나가자'같은 말을 하는 아이가 리더였다면, 이제는 가장 예쁘거나 무리 애들 모두와 대화가 잘 통하는(예를 들어 ***웹툰에서 잘생긴 사람이 A라는 것에 동의하는 것 같은....) 아이가 무리의 리더로 서고 있다.

이렇게 무리의 리더가 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 수월하고, 또 매일 똑같은 얘기를 해서 뻔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연애 얘기로 무리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시작은 그냥 연예인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너희 그거 봤어? ***이 챌린지 춘 거?"

"어, 그거 완전..... 아니, 잘생긴 사람이 웃긴 춤을 추는데 왜 안 웃기고 멋진 거임?"

"그러니까, 잘생긴 사람은 그냥 다 잘생긴 거냐....?"

이제 리더가 한 번 더 얘기를 끌어가 줄 때다.

"근데 *** 완전 늑대상이야."

"아....? 난 강아지 상인줄 알았는데?"

"나도, 강아지상인줄? 아, 근데 그 얼마 전에 히트 친 노래 부르는 거 보면 늑대상이긴 하더라."

"너희는 늑대상이 좋아, 강아지 상이 좋아?"

"난 고양이."

"아니, 둘 중에서 고르라니까?"

"난 츤데레여야 돼. 다정한 건 너무 부담."

"그렇긴 하지, 난 그리고 연상."

"무조건 동갑. 동생이면 '누나'이러는 거 듣기 싫고, 연상이면 말 못 놀 거 같은데."

"그냥 나보다 키 크면 돼."


이렇게 이야기가 한 번 연애나, 이상형 쪽으로 가면 이제 리더가 더 손 쓸 필요 없이 아이들의 얘기는 봇물 터진 듯 끝도 없이 나온다.

그러면 이제 리더도 대화에 껴서 신나게 얘기를 하다가 종이 치면 제자리에서 애들을 내보내면 끝이었다.

무리에 딱히 끼지 않은 나도 1학기때에는 아이들과 이런 얘기를 꽤 했었다. 그때는 그냥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랬다.

솔직히 말하면, 연애도 이상형도 안 자극적인 대화 주제는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2학기가 들어와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그런 연애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게 아닐까?'

아닌 게 아니라 나는 그때 내가 본 영화의 남주와 비슷하게 내 미래의 남자친구를 그리고 있었다. 잘생겼고, 나보다 키가 크고, 그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면서 성격까지 좋은...

세상에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게다가 그런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 아닐 것이다.

그 사람도 역시 예쁘고, 날씬하고, 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면서 성격까지 좋은 사람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멋진 남자가 나를 좋아하길 바라는 내가 바보 같아 보였다.

난 정말 가능한 걸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한 뒤로, 난 결심했다.






연애는 하지 않을 거라고.

어차피 해봤자,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고.

어차피 연애를 해봤자,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내 모습을 좋아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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