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소설
"오늘도… 이렇게 쫓겨나는 건가……."
수영장에서 다시 쫓겨나며 나온 지아가 수영장을 뒤돌아보았다. 그러다가 아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정 떨어진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미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응, 여기 있고 싶다고…? 그래, 그래. 여기 있어라."
"정말요?"
"응, 당연하지. 난 거짓말 안 해, 대신 탈의실 청소 좀 해줘. 아까 보니까 락커룸 위에 먼지가……. 으… 더러워서 그냥 놔두었는데 이렇게 제 발로 청소한 다는 애가 올 줄이야."
"……아. 안녕히 계세요."
"왜? 청소 싫어?"
"……."
"보니까 락커룸만 청소하면 되던데… 금방 끝날걸……?"
"누가 청소를 좋아해요, 그냥 10분만 놀고 가려고 했는데…."
"무슨 10분을 논다는데 그렇게 빡빡하게 구냐……?"
투덜거리는 지아의 말에 해미도 덧붙였다.
"좀 빡빡하긴 해도…. 그렇게라도 놀고 간다는 애들이 있으니까… 우리 락커룸이 깨끗한 거 아니겠어? 코치님이 잘 닦았는지 확인도 하잖아, 청결하나는 지키시는 분인 거지."
해미의 말이 맞는 말인지라 지아도 잠시동안 아무 말 없었다. 솔직히, 새로 생긴 수영장이어서 락커룸이 깨끗 한 걸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알고 보았더니 10분이라도 놀고 간 아이들의 흔적이었다.
"그건 그래, 최현준도 오늘 놀고 간다고 했잖아…."
지아가 해미의 말에 수긍했다.
"수영장이 학교에 있는데 어떻게 그냥 가겠어…?"
"여기, 그냥 가시는 분 계신데?"
"하…! 너…."
해미가 자신을 가리키는 지아의 손을 무는 시늉을 했다. '야아'하며 지아가 손을 빼더니, 해미를 흘겨보았다. 해미도 지아를 흘겨보다가, 곧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을 터뜨리며 손뼉을 쳐대는 두 사람 뒤에서 해도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조용히 빨간색 웃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 빨간 웃음이 이 세상을 덮었다. 해의 빨간 웃음이 덮은 하늘 아래에서 아이들은 각자 갈길을 갔다. 해는 그런 아이들을 모두 비추며 바라보았다.
아침에 학교 갈 때부터 해미와 지아는 수영부 얘기로 시끄러웠다. 원래 아침에 기운이 없는 해미도 신나게 얘기하며 잠을 내쫓았다.
"그래도 어제는 훈련 재밌었어."
"아, 맞아 맞아."
"오늘도 그러면 좋겠다…."
가망이 없는 희망사항을 말하던 해미가 지아를 보며 물었다.
"오늘도 수영부 하나?"
"코치님이 맨날 한다고 하지 않았어?"
지아의 말을 듣자 하품을 하던 해미가 입과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코치님이 맨날 30분, 60분, 이렇게 나눠서 한다고 말한 게 연습이었어?"
"뭔 줄 알았는데?"
"그러게…? 뭔 줄 알았지?"
지아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들은 거 아냐?"
"맞아."
눈을 크게 빙글, 돌린 지아가 교실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벌써 5층 교실에 도착해있었다.
"안녕."
"하암. 응, 안녕."
그렇게 인사를 하던 해미와 지아가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서로 눈을 맞췄다. 해미와 지아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평소와 달랐다. 원래는 수영부 합격 때문에 '부럽다'이런 눈빛이었는데, 오늘은 그냥 '왔냐'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노골적인 아이들은 없어서, 해미와 지아는 아이들의 바뀐 눈빛에 잠깐 멈칫했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 수영부 합격자 발표한 게 언젠데……. 이젠 좀 적응할 때도 됐지, 1년 내내 선망의 눈빛을 받고 싶었던 건 아니잖아?'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았지만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왜 아이들의 표정이 한순간에 바뀌었는지 궁금한 둘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아무라도 와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말해주길 바라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아무 데도 가지 않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부지런히 흘러, 종례시간이 다가왔다.
"자, 이제 가방 싸고…."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금세 가방을 쌌고, 곧 모두가 가방을 등에 멨다.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선생님은 종례를 시작했다.
"벌써 가방 다 쌌네? 빨리 가고 싶나보지…? 얘들아. 오늘 공부한 거는 어땠어…?"
정적.
"…으응, 그래, 그래. 재미없었던 건 아니지?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아이들이 있는 거 같은니까 빨리 끝낼게. 아, 맞다. 오늘은 꼭 알림장 봐야 해. 왜냐하면… 이번에……."
선생님이 아이들의 기대감을 최대한 끌어모은 다음, 얘기하려 할 때…….
따라라라 따라라라 따라라라 라라라라 딴딴딴.
…종이 쳤다.
이제 아이들은 창문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을 보더니, 자기들끼리 떠들면서 선생님이 말을 끝내자마자 달려 나가려는 듯 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당황한 선생님은 시계를 보더니, 박수로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짝.
아이들이 잠시 문에서 고개를 돌리고 선생님을 바라본 틈을 타, 선생님은 종례를 마쳤다.
"응, 다들 나중에 시간 날 때 꼭 알림장보고. 그럼, 차렷."
아이들은 발을 굴렸다.
"공수."
입술을 깨물었다.
"인사."
"안녕히계세요."
달려나갔다.
"무슨 얘기를 하시려던 거지?'
"아, 몰라. 그냥 빨리 가자."
"그래, 그래, 수영장 가야지."
하면서 해미와 지아도 아이들의 뒤를 따랐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실내화 가방을 챙기고 뛰었고, 해미와 지아는 그런 아이들보다는 좀 더 느긋하게, 하지만 느긋한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게 폴짝거리는 발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까 선생님이 얘기하시려다 마신 이야기가 뭘까, 그거 보려고 알림장을 보기는 싫다… 하며.
"아, 알림장 보기 귀찮은데."
"그니까, 뭔데, 진짜. 그냥 말해주지."
"우린 늦지도 않았는데."
지아와 해미는 몰랐다. 선생님이 하려던 얘기를 수영부가 시작하자마자 코치님에게 들을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