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그렇게 혼자 독학으로 발차기를 찬 지 1분이 지났을까……. 다리가 저려왔다. 시계를 보니, 발차기 차는 걸 시작한 지 아직 1분밖에 안 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벌써 지아가 새로운 바퀴를 출발하고 있었다. 절망스러워진 해미는 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 하면 언제쯤 자유형을 끝낼 수 있을까……? 조금 머리를 굴리다가 이대로 하면 중학교 올라갈 때까지는 절대 자유형을 배울 수 없을 거라고 결정을 내린 해미는 지아가 이번 바퀴를 끝내고 오면, 자유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아는 금방 왔다. 헉헉거리며 김이 낀 물 안경에 물을 넣어서 김을 빼고 있는 지아에게 해미가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지아가 고개를 들어서 해미를 바라보았다. 헉헉거리고 있는 지아에게 부탁하기는 조금 꺼려진 해미가 머뭇거렸다. 머뭇거리는 해미를 지아가 가만히 바라보았다. 뒤에는 현준이 막 도착해서 헉헉거리고 있었다.
"지아야, 나……."
지아는 가만히 해미를 바라보았다. 뒤에 애들이 계속 도착하는 걸 좀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뒤에 애들을 보다가도 곧 시선은 해미에게로 도착했다. 해미는 심호흡을 했다.
"자유형 좀 가르쳐줘!"
"……자유형? 알겠어, 잠깐……."
지아는 조금 놀란 것 같았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1 라인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해미의 말에 가장 놀란 건 현준이었다. 정작 부탁을 받은 지아는 별로 안 놀라고, 상관없는데 엄청 놀란 현준은 지아를 따라 1 레인으로 건너왔다. 지아와 해미가 '넌 왜 들어왔어, 나가'하고 말하려고 하는데 현준이 여전히 해미를 바라보며, 겨우 말을 내뱉었다.
"네가 왜 자유형을 배워?"
"그냥……."
하고 넘어가고 싶은 해미가 지아에게 이제 자유형을 알려주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지아는 현준과 같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움직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해미가 입을 열었다.
"이제, 수영 동아리도 생기니까… 수영 동아리애들한테 수영부 자리를 뺏기긴 싫어서……."
"근데 너, 수영부 안 들어가고 싶어 했잖아?"
현준의 말이 맞았다.
"근데, 들어가라면 안 들어가고 싶고, 또 경쟁해야 한다니까 살아남고 싶고……. 그런 게 사람의 심리 아니겠어……?"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던 해미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영부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준과 지아는 해미의 말속에 숨어있는 해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물으면 그냥 안 하다고 할까 봐…….
"알겠어, 알려줄게. 근데, 쟨 어떡해?"
자유형을 알려주려고 한 지아가 해미에게 고갯짓으로 현준을 가리켰다. 현준은 아직도 해미와 지아가 있는 1 레인을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넌 여기 왜 있는데?"
"이래 봬도, 수영부 주장인 내가 가르쳐야 하지 않겠어? 넌 가서 연습이나 해."
지아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면서…….
'수영부 주장……?'
하면서 궁금증이 든 해미는 곧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자, 이제 주장을 뽑자. 주장하고 싶은 사람?"
코치님이 묻자, 몇몇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아, 근데 주장은 남아서 탈의실 청소 좀 해줘. 못 할 것 같으면 손 내려야겠지……?"
코치님의 말에 아이들은 손을 내렸고, 남은 손은 현주의 손 하나였다. 결국…….
"그래, 그럼 주장은 현준이 하자."
"네."
"야, 주장은 무슨. 그냥 무투표잖아, 무투표."
해미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무투표로 됐는데, 웬 주장 타령……?
"아니죠, 아니죠. 무투표는 아니죠! 나의 뛰어난 봉사 정신이 빛을 발휘한 거겠죠!"
할 말이 없는 현준은 해미를 약 올렸다.
이를 악 문 해미는 화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여기서 화를 내봤자였다. 화를 내면, 현준은 해미를 조금 더 놀리곤 곧 수영으로 도망칠 테고, 남은 해미만 쓸쓸하게 현준의 이름만 불러 댈 테니까.
"그래, 그래. 뛰어난 봉사 정신 축하해. 내가 지아한테 부탁했으니까, 지아가 나 알려 줄 거고, 넌 저기 저렇게 멀뚱히 서서 너만 바라보고 있는 애들 교통정리나 해."
해미와 지아는 현준이 아이들에게 안 가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할 필요 없었다. 아이들과 눈이 마주친 현준은 그 '뛰어난 봉사 정신'을 발휘해 아이들에게 갔으니까.
"걱정 마, 금방 다시 올 거니까."
하는 말과 함께.
남은 해미와 지아는 현준의 당당함에 혀를 내둘렀다.
"와, 정말 대단한 애야."
"그러니까."
현준을 바라보며 있는 아이들에게 현준이 외챴다.
"아니, 진짜. 곧 갈 거야, 강해미 빨리 알려줘."
"아……."
하며 지아가 해미에게 자유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긴 문제…….
"잠깐만, 근데…… 어떻게 알려줘야 하지?"
지아는 한 번도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이 없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거라도……!
"야, 최현준."
어쩔 수 없이, 해미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데는 현준이 필요했다. 현준은 투덜거리면서도 빠른 걸음으로 1 레인을 넘어왔다.
"아, 진짜. 그러니까 주장인 내가 한다고 했지……?"
그렇게 넘어온 현준을 바라보는 해미와 지아의 눈빛은 전보다 훨씬 누그러져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현준을 믿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아이들의 누그러진 눈빛을 받으며 현준은 해미에게 자유형을 알려주었다.
"먼저, 발차기는 이렇게……."
시범을 보이며.
그렇게 시범을 보인 현준은 생각보다 수영을 잘 가르쳤다. 현준을 열심히 따라한 해미는 이제 자유형을 거의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사실, 현준은 학생인 지라, 해미에게 선생님만큼은 잘 가르쳐주지는 못 했다. 하지만, 해밍의 열정이 남달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