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세게 잡긴.

연재소설

by Blue Page

풍덩풍덩. 첨벙.

깔깔깔.

물소리와 웃음소리가가 들리는 곳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2 레인 아이들은 레인에 몸을 걸친 채 1 레인을 바라보고 있었고, 1 레인에서는 두 명이 한 명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아이들을 바라보던 사람의 시선이 한 아이에게 멈췄다.

'정말 대단한 애야.'

그 아이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은 사람이 발길을 돌렸다.


"응? 방금 누가 우리 본 거 같은데?"

해미가 고개를 돌렸다. 관중석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투명인간이라도 있다는 건가. 지아가 해미에게 물었다.

"누가?"

"모르지."

해미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걱정스럽게 다시 물었다.

"아, 근데…… 우라 이렇게 연습 안 해도 되냐?"

"야, 오늘 우리 열일했다, 열일했어. 응? 알지? 알면 빨리 말해, 늦게 온 코치님 잘못이지!"

혀를 쑥 내민 현준의 말에 해미가 말을 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어쨌든, 그래서 그 아이가 다른 아이한테 갔어. 근데, 걔가 그러는 거야. 야, 너 그거 알아? 뭐? 하고 물었더니, 걔가……."

말하던 해미의 위로 그림자가 생겼다. 뭐……. 하면서 뒤돈 해미가 굳었다.

"걔가…?"

해미의 앞에는 코치님이 서 있었다.

"뭐 하냐, 노는 거야? 너희들, 나 없었다고 이렇게 하면 돼? 수영 동아리한테 자리 뺏기고 싶나 보지? 아니, 뺏기고 싶다고 해도, 이렇게 내 말 무시하면 안 되지…?"

아이들의 머리 위로 불효령이 떨어졌다.

"아, 그게 아니라……."

현준의 말에 코치님이 팔짱을 꼈다.

"그러면…?"

"전 해미를 가르쳐 주고 있었는데……."

말끝은 흐린 현준에게도 코치님의 불호령은 지나치지 않았다.

"그래, 가르쳐주고 있었어? 잘했네. 근데, 네가 주장이면, 아이들 먼저……."

하아…….

코치님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은 아이들 한두 명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알겠어, 뭐. 아직 얼마 배우지도 않은 너희 내가 두고 간 게 잘 못이다. 2 레인 줄 서!"

코치님의 목소리에 기강이 잡힌 아이들이 2 레인으로 가 후다닥 제자리를 찾았다.

"자, 지아?"

코치님은 지아를 바라보지 않았다. 장난치는 5학년 2명을 바라보았다. 그 2명은 곧 코치님의 시선을 느낀 뒤, 가만히 땅바닥을 응시했다. 음…… 바로 앞에 있는 물을 응시했다. 지아만 코치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

"애들 자유형 2바퀴, 배영 1바퀴, 평영 2바퀴, 접영 3바퀴 돌리고 나한테 말해."

"네."

아이들이 코치님한테 너도나도 말하기 시작했다. 다 '코치님, 저는 ~ 못 하는 데요…….'하는 식의 질문이었다.

"얘들아, 몇번이나 말해. 못 하는 건, 하지마. 할 수 있는 걸 해. 봐봐, 너."

"……."

지목당한 현준의 눈에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키며, 뚫어지게 쳐다보는 코치님이 비쳤다.

"대답."

"네!"

"접영 못 하지."

현준이 머뭇거렸다. 그걸 왜……. 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대답은 했다.

"……네."

"그럼, 접영 3바퀴할때, 자유형이나 배영같은 다른 거 하면 되는 거야. 알아 들었지?"

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넵."

코치님이 박수를 쳤다.

짝.

그 소리가 수영장에 울렸다.

"질문?"

"……."

대답 없는 조용한 아이들을 코치님이 쭉 둘러보았다.

"없지, 그럼 지아 시작."

아이들 정리를 끝낸 코치님이 해미에게 다가왔다.

"아까, 자유형 배웠다고 했지."

"네."

음…….

시계를 바라본 코치님이 애매하다는 듯 눈을 굴렸다.

"얼만큼 했니? 보여줘."

"아……."

"왜, 힘들어? 아, 그럼 얼마나……."

코치님의 목소리가 담당 선생님의 목소리에 묻혔다.

"야, 뭐해. 지금 끝나는 시간 아냐……? 애들 군기는 또 왜 그렇게 세게 잡아?"

담당 선생님의 말에 물속에 들어가려던 코치님이 고개를 돌렸다.

"끝나긴, 뭘. 아직 안 끝나. 그리고, 별로 안 세게 잡았거든? 그냥 잠깐 말 한 거지. 근데, 왜?"

코치님이 담당 선생님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이 한번 혼났으니, 눈치를 좀 챙길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군기가 잔뜩 잡혀서 아이들에게 이제 자유형을 해야한다고 하는 지아와, 그것을 따르는 4학년 2명과 5학년 2명 외에는 아이들은 또 자유시간이 생겼다며 신나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결국 지아는 나머지 아이들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내비뒀다.

"아니, 아니. 그것 때문이 아니라……."

"아, 수영 동아리?"

"응. 그거 선생님 어떻게 할 건데? 다른 애들은 너 하라고 하던데?"

멀리서 담당 선생님과 얘기 중인 코치님은 아이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따가 힘들게 훈련시키려고 그러는 건가?"

불안해진 해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꽤 오래된 버릇인데, 해미는 무언가 불안할 때, 화날 때, 짜증 날 때, 배고플 때 등등… 그런 기분이 들 때 입술을 깨물었다.

"얘들아, 연습……."

말하려던 해미가 입을 닫았다. 아이들은 물싸움을 하고 있었다.

'아, 물 싫은데…….'

곤란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던 해미의 귀에 코치님의 말이 들어왔다.

"아니, 걔 이제 트라우마 극복했다니까?"

트라우마. 극복.

두 키워드가 해미의 머리에 박혔다.

'어? 그래, 나 트라우마 극복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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