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

또 다른 무리, '수영 동아리'

by Blue Page

"그래, 오늘을 기점으로 이제 이 수영장에는 '수영 동아리'라는 또 다른 무리가 생긴다."

코치님 앞에 선 아이들은 다들 긴장해 있는 모습이었다.

"근데 다들 왜 그래?"

현준이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긴장……."

"긴장?"

코치님이 '진짜?' 하는 표정으로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왜, 얘네들 중에 무슨 괴물이라도 있을까 봐?"

아하하.

"괴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코치님은 뭔가 더 말한 게 있는 얼굴이었다.

"그, 수영 동아리 코치는…."

아이들이 코치님의 입 모양을 살폈다. '내가 하기로 했다.'에 '내'자가 나오나 안 나오나 살피고 있는 것이었다.

"내……."

엥?

아이들이 표정을 와락 구겼다.

아니, 코치님! 이건 배신이죠?

"후배가 하기로 했다."

아…….

"안녕, 얘들아."

민망해진 아이들의 눈 안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 코치님이 눈에 들어왔다.

"너희가 바로 수영 동아리의 경쟁자구나?"

남자 코치님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에 아이들이 다시 굳었다.

경쟁. 서바이벌….

"……넌 또 왜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하냐. 애들이 긴장하잖아."

코치님이 어색해진 분위기를 깨려고 해 봤지만, 아이들은 돌아온 후배 코치님의 말에 더 긴장할 뿐이었다.

"사실이잖아. 2달에 한 번씩…. 아, 한 달인가? 어쨌든. 그렇게 대회 열어서 수영부 계속 물가는 거."

"……."

수영부 코치님의 표정을 본 수영 동아리 코치님은 말을 이었다.

"아, 미안미안. 습관적으로 단어를 거의 지어내다시피 했네…. 그니까 '물 간다'는 계속해서 바꾼다, 바뀐다…. 이런 맥락으로 한 말이라고. 대충 알아먹지?"

"네…."

아이들의 대답은 힘이 없었다.

수영 동아리 코치님은 아이들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아이들을 보고 말하고 있지도 않았다. 수영부 코치님을 보고 말했지.

"그리고 사실, 이렇게 공부성적으로 뽑는 건, 의미 없어. 알잖아, 누나도. 공부 잘하는 애들이 수영까지 잘할……."

수영 동아리 코치님은 아이들의 눈치를 보았다.

조금 말을 고친다고 해도, '너희는 공부 잘해서 뽑혔어. 근데…… 너희가 수영을 잘해?' 하는 맥락의 말이어서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팩폭을 잔뜩 날릴 수는 없기에, 수영 동아리 코치님은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수도 있지. 그러면 너무 좋고, 근데……. 초등학교 애들이 그렇게 완벽하기란 쉽지 않아. 분명 수영 동아리에서 수영만 주구장창하는 괴물 같은 애들이 나올 거 아냐. 그럼 얘네들이 계속 여기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냐? 아니잖아. 그러니 좋게 생각해. 우린 서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라고. 그게 더 편할걸?"

"……."

수영 동아리 선생님'사실설명'은 아이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하하하.

수영부 코치님은 가짜웃음을 지어 보이며 수영 동아리 선생님을 밀었다.

'넌 왜 여기서 이렇게 분위기나 망치고 있니. 그냥 아이들 마중이나 해.' 하는 속마음이 표정에 다 나와있었다.

"알겠어. 알겠다고, 누나."

수영 동아리 코치님은 마침 시끄럽게 깔깔대며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 수영 동아리?"

"안녕하세요!"

수영 동아리 아이들은 활기찼다.

"우리 코치님이세요?"

곧, 친해진 아이들과 수영 동아리 코치님은 깔깔대며 장난을 쳐댔다.

"……."

수영부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코치님은 입술을 깨물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코치님의 귀로 코치님이 외치는 말이 들렸다. 조금은 가혹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은 강해져야 한다. 후배가 말한 것은 사실이고, 그 말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들어가서 줄 서고, 자유형 돌아."

"네."

아이들은 순순히 들어갔다.

한 명 빼고.

"코치님."

별로 순수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작은 눈에서 간절함이 느껴지는 아이였다.

"자유형…….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봐주세요."

하.

한숨을 쉬면서도 코치님은 웃으셨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알고 있었고, 분위기를 빨리 바꿔야 했다.

"야, 강해미. 너 까먹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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