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게하는애 그것을 조용히시키려는애 회장탓을 하는애 자기들끼리 떠드는애
"줄리엣, 다이앤 기다린다."
주말은 금방 끝났다.
으……!
띵동.
"네~"
난 대답하곤, 덧붙였다. 아직 준비가 꽤 남아 있었다.
"머리만 묶고 갈게. 잠깐만, 미안~"
"아, 괜찮아."
문밖에서는 하나도 괜찮게 들리지 않는 피곤에 젖은 다이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미안해."
덜컥- 하고 문을 열고 나가면서 난 다이앤에게 다시 인사했다. 다이앤도 노란색 목도리를 만지작거리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
학교에 가는 동안 우리는 묵묵히 바닥만 보며 걸었다.
"아, 진짜 졸업이다."
어색한 난 먼저 말을 꺼냈다. 졸업. 요즘 아이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이야깃거리다. 졸업얘기만 하면 얘기가 끝도 없이 나온다.
"그니까."
하.
한숨을 쉰 뒤, 난 말을 계속했다.
"넌 중학교 가고 싶어?"
"아니?"
가고 싶겠냐. 다이앤의 말속에는 숨은 뜻이 있었다.
"넌?"
예의상 물은 물음에 난 대답했다.
"난…… 가고 싶던데."
"왜?"
다이앤은 이제 하도 많이 들어서 질릴 법도 하지만, 친절하게 이유를 물어주었다.
"재밌을 것 같지 않아?"
"……."
대답 없는 다이앤을 놔두고 난 계속했다.
"공부도 더 어려워지고, 시험도 많잖아."
넌 시험을 좋아하니까. 원망이 섞인 눈빛으로 다이앤이 나를 쳐다보았다. 난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하고 들어간 교실에는 선생님은 안 계시고 다니엘과 루카가 있었다.
'엥?'하고 난 자리에 가방을 놓았다. 평소라면 아침에 다이엔이나 교실에 일찍 온 친구들하고 얘기를 했지만, 그 상대가 다니엘과 루카라면? 아니, 아니. 절대 안 된다. 오빠는 내 이름도 모를 것이다. 잠깐, 아주 잠깐 루카랑 다니엘 오빠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내 이름을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르니까 가만히 있는 것일 것이다. 난 가만히 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내 들었다. 이어서 필통을 꺼내고 벽에 머리를 기대어 문제집을 푸는 것에 열중했다. 옆에서 다이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니엘 오빠, 루카, 도대체 왜 전학을 온 거야?"
다이앤의 익숙한 목소리에 루카와 다니엘의 굳어있는 얼굴이 살짝 풀린 것 같기도 했다. 전학을 와서 긴장할 것일까? 난 풀려고 한 문제집은 안 풀고 다이앤과 전학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전에 초등학교는 반이 하나밖에 없어서 6학년 때는 새로운 애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간결한 대답이었다. 그렇다고 전학까지? 싶었지만, 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난 걔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렴 상관없었다.
"……."
그런데, 다니엘오빠는 아까 다이앤의 목소리 때문에 풀린 표정을 다시 굳혔다. 그 오빠는 입을 꼭 다물었다. 다이앤은 곧 자리로 돌아갔다. 오빠의 표정만 보고 왜 전학을 왔는지 알게 된 걸 수도 있었다. 다이앤은 오빠와 친하니까…….
어쨌든, 다시 얘기로 돌아가자. 이 부분이 사건의 시작인데, 자리에 앉은 다이앤이 '레미제라블'을 꺼내 읽으려고 할 때, 아론이 다이앤에게 말을 걸었다. 뭐, 말을 걸 수는 있지. 그런데, 아론은 단어 선택을 아주 잘 못했다.
"다이앤, 너 요즘 전학생과 말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아론은 미간을 좁혔다. 짜증이 난 듯했다. 난 아론의 돌직구에 헤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 한채 다이앤을 바라보았다.
내 머릿속에서는 내 자아가 다이앤을 화를 내고 있었다.
내 자아: 하, 아론. 너 정말… 웃기는 애다. 뭐? 요즘 전학생과 말하는 시간이 늘어? 늘긴 뭐가 늘어, 지금 전학생이 온 지 24시간도 안 지났는데. 그리고 다이앤은 뭐 말하면 안 돼? 그럼, 다이앤은 네가 말하라고 할 때는 말하고, 네가 기분 나쁘면 말하면 안 돼? 그게 뭐야, 그건 로버 트지, 그게 사람이냐? 어? 잘 들어. 다이앤은, 사람이야. 네가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개미 똥꼬만큼도 없다, 이 말이야. 알아들어?
난 내 자아를 진정시켰다. 자아가 아론에게 쏟아내는 말을 듣다가 다이앤이 아론에게 하는 말을 놓칠 것 같았다.
다이앤은 좀 당황한 것 같았지만, 곧 대답했다.
"내가 전학생가 많이 말하는 게 뭐 어때서? 내가 너하고 말을 하든 말든 넌 친구도 많잖아. 나 말고도 말할 애가 충분하잖아. 그리고 난 너하고만 말해야 돼? 마치 내가 네 소유인 것처럼?"
말을 마친 다이앤은 당황해서 눈만 깜박이는 아론에게서 뒤돌아 나에게 왔다. 다이앤의 눈물샘은 다이앤의 눈에 눈물이 점점 차오르게 하며 자신의 일을 아주 잘해주고 있었다.
"… 다…."
위로를 건네려던 나의 입은 때마침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작아졌다. 종이 치고도 선생님은 여느 때와 같이 돌아오시지 않았다. 원래는 시끄럽게 하는 애와, 그것을 조용히 시키려는 애와, 회장 탓을 하는 애와, 자기들끼리 수다를 떠드는 애들로 교실이 시끌시끌거렸는데, 아무래도 반에서 제일 착한 다이앤과 그녀의 제일 친한 남사친의 다툼은 그것보다 더 위력이 강했다.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쑥덕거렸지만, 곧 다니엘이나 루카의 눈빛을 받으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다이앤을 향했다. 다이앤은 후드티를 뒤집어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