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델은 나와 철전지원수다. 걔는 항상 나의 코투리를 잡는다.
옛날에는 난 걔가 내 강곱슬머리보고 지푸라기라고, 빗자루라고, 비꼬는 말을 듣고 찍소리도 못했다.
왜일까?
과거의 나에게 따지고 싶다. 왜 그렇게 참았니?
하지만 난 그럴 수 없다. 지금의 나도 다를 바 없으니까.
지금의 나도 에델이 내 머리카락이 어쩌니, 입술엔 왜 그렇게 생기가 없니, 넌 답정너가 뭔 뜻인지도 모르지, 하며 날 깎아내리는 말은 그냥 무시한다. 대답하지 못한다.
왜 그렇게 에델은 날 모욕하고, 놀리고, 괴롭힐까?
그냥 내가 맘에 안 든 게 아닐까.
걔가 나한테 하는 말 중에는 비웃음과 날 낮춰보는 듯한 그런 뉘앙스가 섞이지 않은 말은 하나도 없었다.
"어머, 줄리엣! 너 머릿결이 왜 이렇게 상했니? 린스 좀 발라!"
"아, 줄리엣! 너 입술 좀 봐. 입술이 다 텄잖아, 립밤 없니?"
"줄리엣은 답정너가 뭔지도 모를걸?"
"야, 줄리엣! 너 머리가 왜 이렇게 산발이 됐니?"
줄리엣, 줄리엣, 줄리엣.
난 이런 것을 수년동안 참았다. 그리고 최근, 한 번 에델과 충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뿐.
오늘도 난, 참는다.
쉬는 시간, 마이클-남자-이 내 자리로 왔다.
"……에델이 너 너무 답정너라고 싫대."
…….
처음 든 생각은, '누군 지 좋아하는 줄 아나'였다.
사실 진짜 말하려고 했다. 에델이 날 그렇게 깔보는데 이 한마디도 못 해?
진짜 할 수 있었다. 날 막대하는 애여서 별로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근데……. 못했다.
"……."
에델한테 그런 소리를 듣고도 아무 말 못 한 날 대신해, 마이클이 말했다.
"지는!"
목소리 톤이 꽤 높았다.
풉.
난 속으로 실컷 웃었다. 겉으로는 묘하게 웃고 있었을 뿐이지만,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동시에, 그 말을 안 들었을 리 없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에델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내가 그때 진짜로 '누군 지 좋아하는 줄 아나'하고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나와 에델의 사이를 신경 쓰지 않더라도, 계속 죄책감이 들었을 거고, 나는 원래 이렇게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이었던가. 하면서 계속 생각에 빠져들었을 거다.
이것은 나와 에델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그런 말을 하든 안 하든, 에델은 날 싫어하고 나도 에델을 싫어하겠지.
그래도 난 이 말을 하면 안 된다.
왜?
아무리 싫어하는 사이여도, 지켜야 할 선이 있으니까.
나와 에델은 서로를 싫어한다.
근데, 서로를 싫어한다고 해서 선을 넘는 것이 허락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서로를 싫어한다고 해서, 상대가 듣기 싫은 말을 툭툭- 뱉는 게 허락된 다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난, 에델에게 '누군 지 좋아하는 줄 아나'하고 말하지 못 할때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아무리 서로 싫어하는 사이여도,
그 안에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