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말 좀 해라!
"그리고 줄리엣은 잠깐 이리 와봐."
관장님이 날 부르자, 먼저 나온 건 한숨이었다.
후우.
별로 크지도 않았고, 길지도 않았지만, 한숨인 건 분명했다. 관장님을 따라 사무실에 들어간 나는 관장님의 말을 따라 방문을 닫았다. 밖에서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뿐, 사무실은 시끌시끌하고, 편안한 분위기인 밖과 달리 조금은 긴장이 되고, 조용했다.
"할 말이 있어서 불렀으니깐…."
난 관장님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요즘 줄리엣 힘든 거 있어? 고민이나."
고민….
혹시 특공무술을 다니고 싶지 않은데, 막상 관장님이랑 이렇게 마주 보니까 그렇게 있는 그대로 말하기가 힘들다는 것도 관장님이 물어보신 고민에 포함일까…?
"아, 고민은 없고…."
내가 입을 여니까 관장님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난 관장님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힘든 것도 없습니다."
"……."
관장님은 내가 뭔가 말하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면?"
"…그냥…. 좀 쉬고 싶어 졌습니다."
"힘든 게 있는 건 아니야?"
"…힘든 건… 없습니다."
그래? 하고 대답하셨지만, 관장님은 날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아니, 왜냐면 이때 너 나이 때가 애들이 좀 그러는 시기거든…."
난 이어진 관장님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면담이라고 해서 떨린 건 사실이지만, 막상 해보니, 별로 떨리지도 긴장되지도 않았다.
"엄마랑도 전화해봤는데, 엄마도 네가 계속 운동하길 원하신다고 하셨고…. 줄리엣이 시간대를 한 번 바꿔보는 거 어떨까?"
시간대?
그건 말도 안 된다. 난 친화력이 좋은 편도 아닌데, 저녁타임에는 언니오빠들이 우글우글하다. 게다가 나 빼고는 다 언니오빠들과 친한 상황…. 절대 안 돼.
"왜냐하면, 이렇게 동생들이랑 하는 것보다는… 언니 오빠들이랑 하는 게 네가 더 편할 수가 있거든. 지금은 네가 2단이고 하지만… 거기선 네가 막내랑 말이야."
막내…?
막내면 좋은 건가?
"거기에는 중학교부터 다닌 애들도 있고, 네가 막내다 보니까 막 장난도 치고 그럴 수 있거든. 다른 애들도 그러거든. 그러면 네가 더 편할 것 같아서…."
관장님은 내가 친한 오빠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모르고 계신 것 같았다.
"줄리엣은 어때?"
내가 어떠냐고?
관장님의 설명을 듣고도 계속해서 학원을 다닐 이유는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친하지도 않은 오빠들 얘기가 나오니까, 미소진 표정이 너무 가식 같아 보일까 봐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관장님 앞에서 그대로 얘기할 수는 없었다.
"…어….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혹시라도 더 다닌다는 표현이 되지 않도록,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골랐다.
"너무 부담스럽나…?"
관장님이 물었다.
실제 나의 대답은 '네!'였지만…
"…아, 그렇진… 않습니다."
"어때? 괜찮은 거 같아?"
아뇨!
"그런… 것 같습니다. 집에서 한 번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다시 생각해 보고 집에서. 방학 때, 시간 있을 때는 더 다니는 거지?"
"…아…. 그것도… 집에서…."
사실, 내가 집에서 생각해보겠다고 한 것은 다, 생각이 끝난 것 들이었다.
6년 동안 다닌 학원에서, 이젠 그만하고 싶다. 는 얘기를 왜 난 꺼내지 못할까.
어쩌면, 오래 다녔기에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래 다녔다면, 그 정도는 얘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날, 관장님께 보낸 문자.
관장님, 저 내일까지 다니고 좀 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