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차가운 눈빛, 그리고 페스티벌에서 쫓겨나보기
스타트업 창업 이후 저의 삶은 정말 천지가 뒤집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많이 변했습니다.
창업하기 이전, 저는 IT회사의 평범한 서버 개발자였습니다.
'덕업일치', '천직'이 저의 수식어였을 정도도로 개발을 정말 좋아했어요.
뼛속까지 개발자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매일 회사일이 끝나면 집에 들어와서도 개발 지식을 공부하였고, 그리고 그 생활이 너무나도 즐거웠을 정도였으니까요.
사실 회사에서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시간보다, 말없이 컴퓨터와 코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훨씬 길었습니다. 애초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협업하는 데에 정서적 에너지 소모가 많다고 생각했던 저였기에,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은 저에겐 천직이었던 셈이죠.
그리고 회사에서 진행했던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혼자서 감당하고 성과를 내고 조직에서 신뢰를 받으며, '아, 개발은 평생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나서 지금은 컴퓨터와 접하는 시간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기획안을 작성하고, 인터뷰를 하는 시간의 비율이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처음엔 정말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온 날에는, 정신이 한껏 녹초가 된 저는 집에서 꼼짝도 못 하고 쉬기도 하고, 때로는 거절을 하거나 거절을 당하는 경우에 마음이 약해져 무너진 멘탈을 추스르곤 했습니다.
특히 지금도 생각나는 최근의 에피소드는, 어느 기업이 주최하는 페스티벌에 가서 저희의 잠재고객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을 현장 인터뷰했던 것인데요, 이 날 처음으로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와, 팀원인 리나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입니다"라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을 때, 사람들의 '뭐지 이 수상한 사람들은?'이라는 당혹스러운 감정이 가득한 차가운 눈빛이 돌아왔습니다. 우물쭈물 겨우 말을 걸었는데, 저런 따가운 눈빛을 보고 있자니,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하는 슬픈 감정도 느꼈습니다. 그래도 한 10명 정도 인터뷰 시도를 하고 거절도 당하고 나니까, 그런 눈빛도 익숙해지고 뭔가 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저희가 원래 목표로 했던 인터뷰이 숫자는 기어이 채우고 돌아왔습니다.
해당 페스티벌에서는 절대 잊지 못할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바로, 주최자분으로부터 페스티벌에서 쫓겨난 에피소드입니다. 저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잠재 고객분을 인터뷰하고 있던 중, 해당 페스티벌의 사무장님께서 오셔서,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와서 인터뷰를 하는 건 도리에 어긋납니다'라고 말씀을 하셨고, 저희에게 페스티벌에서 나가달라고 요청을 하셨습니다. 사실 저희는 이런 인터뷰도 처음이어서 사설 페스티벌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도리에 어긋나는 것인지 잘 몰랐었는데, 앞으로는 주의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에피소드 이외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금도 하루에도 몇 번은 '내가 이 길을 가는 게 정말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지금 나의 불안한 감정을 수용하고, 다시금 마음을 잡으며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은 제 삶에 있어서 그 어떤 인생의 경험보다도 짧은 시간에 저의 세상을 참 많이 넓혀 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서비스를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그 짜릿함이, 지금도 팀 메이스노우의 공동 창업자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의 가장 큰 원동력은 따로 있습니다.
저와 함께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어렵지만 성장 가득한 이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메이스노우 팀원인 리나에게 정말 큰 감사를 표하고 싶네요. 언제나 의지할 수 있고, 함께 멋진 가치를 만들어가는 최고의 팀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죠. 고마워요 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