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나를 붙잡은 순간/ 『일상의 블랙홀』24
나는 살아오는 동안 운이란 것을 그리 믿지 못하는 편이다. 사람들은 인생에 세 번쯤 기회가 찾아온다며 운의 실재를 말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런 믿음을 가져본 적이 없다. 돌아보면, 그 세 번의 기회는 내게 들르지 않고 다른 이들의 인생에 잠시 머물다 간 듯하다.
이제 와 소소한 행복을 바라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진다.
주식을 해보면 안다. 사자마자 붉은 그래프가 솟아오르길 바라지만, 기세 좋던 종목도 내 손에 닿는 순간부터 주저앉는다. 온갖 신에게 기도해도, 내 선택은 늘 기묘하게 마이너스로 흘러간다.
'좋아, 이번엔 반대로 가보자.'
한참 내려간 주식을 사도 결과는 비슷하다. 잠깐 고개를 들더니 곧바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정말이지, 우주의 힘이 내 클릭만 골라 거꾸로 움직이는 듯하다.
주식만이 아니다. 로또에도 한때 희망을 걸어봤다.
단돈 만 원, 열 게임을 샀다. 총 육십 개의 숫자를 찍었다. 통계적으로 따지면 그중 일곱여덟 개쯤은 당첨번호와 겹쳐야 정상이다. 그런데 결과는? 단 하나. 육십 개 중 하나만 맞았다.
이건 확률적으로 겹겹이 불운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한 번쯤은 세 숫자쯤 맞아볼 법도 한데, 그조차 나에게는 너무 먼 일이었다. 그날의 실망은 이제 '불운의 상징'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자전거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휴대폰을 보며 비스듬히 걸어오는 아줌마가 있다. 나는 본능적으로 반대편으로 핸들을 꺾는다. 그런데 꼭 그 순간, 그녀의 발걸음은 내 쪽으로 향한다.
머피의 법칙이라며 웃어넘길 수도 있겠지만, 왜 그 불운의 법칙이 이렇게 정확히 나를 찾아오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늘 '거꾸로' 빌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오르길 바라면 떨어지고,
피하려 하면 부딪히고,
바라면 멀어진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렇게 빌어보자.
이번에도 떨어지게 해달라고,
이번에도 틀리게 해달라고,
이번에도 내 계산이 빗나가게 해달라고.
그러면 혹시 모르잖은가. 그제야 세상이 장난스럽게 웃어줄지도, 아니면 나 스스로 웃을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면, 불운이란 이름의 우연들이 나를 이 자리까지 데려온 셈이다. 그 수많은 어긋남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다운 방향을 찾아왔다.
그러니 이제, 거꾸로 비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하늘이시여. 나에게 불운을 내려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