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는 거울 속에 없다

-사소하지만 나를 붙잡은 순간/ 『일상의 블랙홀』23

by 글빛누리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

우리는 매일 거울 속 낯선 사람과 마주한다. 부은 눈, 헝클어진 머리... 하지만 거울 속의 얼굴은 정말 '나'일까?


거울 속 낯선 사람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거울 앞에 선다. 부은 눈, 헝클어진 머리, 어제의 피곤이 그대로 묻은 얼굴. 이게 나라고? 잠시 후, 세안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거울을 본다. 조금 나아졌다. 이제 좀 '나'답다.

하지만 회사에서 화장실 거울을 보면 또 다른 내가 있다. 형광등 아래의 날카로운 나, 약간 긴장한 나. 저녁에 집에 돌아와 보는 나는 또 다르다. 느슨해진 나, 지친 나.

그렇다면 대체 어느 것이 진짜 나일까?


우리가 보는 나, 남들이 보는 나

더 흥미로운 건, 거울 속 내 모습은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거울은 좌우가 반전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내가 수천 번 본 익숙한 그 얼굴은, 사실 다른 누구도 본 적 없는 버전이다.

사진을 찍으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하지만 그게 바로 남들이 보는 진짜 당신이다. 우리는 반전된 자신에게만 익숙할 뿐이다.

친구들은 당신을 어떻게 볼까? 가족은? 연인은? 그들이 보는 당신은 거울 속 당신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물리적으로도, 그리고 어쩌면 본질적으로도.


빛에 따라 달라지는 나

거울은 빛을 반사할 뿐이다. 그래서 빛이 바뀌면 내 모습도 바뀐다.

햇빛 아래에서는 생기있어 보인다. 노란 조명 아래에서는 따뜻해 보인다. 형광등 아래에서는 차갑고 날카로워 보인다. 어두운 곳에서는 윤곽만 남는다.

같은 사람인데, 빛 하나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고 하지만, 사실 거울도 환경에 따라 나를 다르게 만든다.


마음의 거울

더 무서운 건 우리 마음속 거울이다.

기분이 좋은 날, 거울을 보면 괜찮아 보인다. "오늘 컨디션 좋은데?" 하지만 우울한 날, 똑같은 거울은 잔인하다. "왜 이렇게 초췌해 보이지? 여드름이 이렇게 많았나? 눈 밑이 왜 이렇게 처져 보이지?"

거울은 변하지 않았다. 내 얼굴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 마음이 바뀌면, 거울 속 모습도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는 거울에서 현실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보고 싶은 것 혹은 두려워하는 것을 본다.


SNS라는 거울

요즘은 거울보다 더 자주 보는 게 있다. 스마트폰 화면이다.

셀카를 찍고, 필터를 씌우고, 보정하고, 각도를 맞춘다. 수십 장을 찍어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장만 고른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게 나야."

하지만 그게 진짜 나일까? 아니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일까?

SNS는 우리에게 자신만의 이미지를 큐레이션할 권한을 준다. 우리는 편집자가 되어, 가장 좋은 순간, 가장 좋은 각도, 가장 좋은 표정만을 선택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는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동시에 가장 허구적이기도 하다.


백설공주의 계모는 왜 거울에게 물었을까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우냐?"

계모는 왜 거울에게 물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물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마도 거울만이 '객관적인' 진실을 말해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진실이었을까? 아름다움은 측정 가능한 것이 아니다. 거울이 보여주는 것은 단지 이미지일 뿐, 진실이 아니다. 계모의 비극은 거울을 너무 믿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매일 거울에게 묻는다. "내가 괜찮아 보여?" "나 살찐 것 같아?" "이 옷 어울려?" 거울은 대답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거울밖의 나.jpg

진짜 나는 어디에

그렇다면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아침의 부은 얼굴도 나다. 화장한 얼굴도 나다. 사진 속 어색한 미소도 나고, 거울 속 익숙한 표정도 나다. SNS에 올린 보정된 셀카도 나고, 아무도 보지 못한 새벽 3시의 지친 모습도 나다.

진짜 나는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다. 진짜 나는 시간과 빛과 감정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다. 우리는 고정된 자아를 찾으려 하지만, 어쩌면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거울을 내려놓는 용기

가끔은 거울을 보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외모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울이 보여주지 못하는 나를 느끼기 위해서다. 누군가와 진심으로 웃을 때의 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의 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의 나.

거울은 표면만 보여준다. 하지만 진짜 나는 표면 너머에 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사랑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것들이 모여서 진짜 나를 만든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가장 진짜인 나는 어디 있느냐?

아마 거울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네 겉모습뿐이야. 진짜 너는 거울 밖에 있어. 살아가는 매일 속에, 관계 속에, 선택 속에. 나를 너무 자주 들여다보지 마. 그 대신 살아봐. 그게 진짜 너를 만나는 방법이야."

오늘도 우리는 거울을 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거울 속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여러분들은 거울 속의 나를 어떻게 느끼고 있습니까? 거울을 살짝 내려놓고 삶의 다른 모습을 만들어 갑시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댓글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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