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나를 붙잡은 순간/ 『일상의 블랙홀』11화』
‘우리’가 있었다.
밥을 먹고 나면 항상 모였다.
식탁이든 마루 한 귀퉁이든, 익숙한 공간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을 나누었다.
웃고, 떠들고, 어제의 농담을 또 꺼내고.
그렇게 우리의 말은
항상 ‘쉽게, 쉽게’ 이어졌다.
‘우리’는 친했다.
그래서 말도 쉬웠고,
말이 쉬웠기에 우리는 더 친하게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그 말들이 조심성을 잃어갔다.
말끝을 둥글게 다듬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겼다.
어제 웃던 자리에서
오늘은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속으로 살짝 통증이 일렁였다.
쉽게 이어지던 말들 속에서
배려도, 경청도, 멈춤도
조금씩 줄어갔다.
메마른 입술로 웃으며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다.
아팠던 말 언저리를
살짝 말해보기도 한다.
조심스럽게, 아주 작게.
하지만 '우리'의 대화는
그 말 위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 갔다.
“그래서 뭐?”
“뭘 그런 걸 가지고…”
말은 이어졌지만,
생각은 깊어진다.
말들이 가볍게 뛰노는 가운데
배려 없는 말들이 섞이고,
말이 씹히고, 묵살되고,
서로의 말 위에 겹쳐지는 동안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조용히 통증을 느껴간다.
살짝 찌푸린 이마에
메마른 입술로 불편한 미소를 짓는다.
이미 배려를 잃어버린 말들은
끝을 향해 무심히 달려간다.
결국 ‘우리’는,
모두 아픈 마음으로
길고 조용한
침묵의 순간에 이른다.
먼 곳을 바라보고
고개를 숙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