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죽음』 중편소설
한 청년의 고독과 상실, 그리고 낯선 땅에서 다시 마주한 삶의 조각들을 따라갑니다.
흐르는 삶과 멈춰선 존재들 사이, 당신도 함께 머물러보세요.
(그날, 그는 세상의 온도를 처음 배웠다. 그리고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세상에는 따뜻함이 없었다.
신은 없었고, 구원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것은 너무 일찍 시작되었다.
그 깨달음은, 아주 오래 전 여름날, 작은 손에 스며든 차가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장난감 차를 이불 밑에 숨겨두고, 친구들을 찾아 뛰어나갔다. 바깥에는 햇살이 쏟아지고, 매미들은 세상이 다 끝날 것처럼 울어댔다. 몇 시간 뒤, 땀에 젖은 몸으로 돌아왔을 때, 방 안은 놀랍도록 조용했다. 엄마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미동도 없었다.
그는 장난감 차를 집어 들고, 자연스럽게 엄마 옆에 누웠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엄마의 손을 만졌다. 손끝이, 차가웠다. 아무리 오래 붙잡고 있어도 따뜻해지지 않았다. 차가움은 오히려 그의 작은 손으로 천천히 번져왔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면, 엄마가 예전처럼 미소를 지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방 안은 여전히 조용했고, 햇살은 점점 누렇게 바랬으며, 바깥에서는 매미 소리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날 밤, 그는 엄마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엄마의 손은 여전히 차가웠다. 꿈속에서도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었다. 소년은 꿈에서도 그녀를 깨우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튿날 아침, 방 안의 공기는 무겁고 눅눅했다. 햇살조차 힘없이 문틈으로 스며들어왔다. 배가 고팠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방 안의 공기 전체가 흐트러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초인종이 울렸다. 소년은 이불을 끌어당기며 웅크렸다.
"기훈이 어머니? 안에 계세요?"
밖에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소년은 귀를 막았다. 그러나 몇 분 뒤, 문이 열리고 낯선 발소리들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세상에…"
"애가 혼자 있었대."
"얼마나 있었던 거야."
사람들의 목소리가 웅성거렸지만, 소년은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이불 속에서 엄마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어느새 아버지가 도착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방 안으로 들어선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년은 아버지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엄마의 차가운 손을 놓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소년은 세상의 온도가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햇살도, 바람도, 사람들의 숨결도, 모두 믿을 수 없게 변한다는 것을.
따뜻함은 순간이었고, 차가움은 영원했다.
소년은 그렇게 세상과 처음으로 거리를 두었다.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죽음』은 이제 막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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