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늘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너무 높아서 닿을 수 없었고, 너무 멀어서 찾을 수 없었다.그저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엄마의 장례식 날, 그는 울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이가 너무 어려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 그는 그날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의 차가운 손, 방 안의 고요, 밝은 햇살, 그리고 매미 소리 대신 불어오는 텅 빈 바람까지. 그 모든 것이 그의 안에 새겨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상은 어쩌면 따뜻함보다 차가움을 더 많이 품고 있다는 것을.
그는 그날 이후로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엄마가 어디론가 떠났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어디든, 손이 차갑지 않은 곳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늘은 늘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너무 높아서 닿을 수 없었고, 너무 멀어서 찾을 수 없었다.그저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 하늘 아래에서 그는 자신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작아짐이, 결국 자신을 없애버릴 것이라는 것도.
며칠 후 아버지는 한 여성과 그보다 조금 작은 소녀를 함께 데리고 왔다. 여자는 소년에게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앞으로 그의 새로운 엄마가 될 거라 말했다. 소녀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무표정하게 바닥을 응시하고 있었다.
소년은 그냥 멍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엄마의 부재를 처음으로 명확히 실감했다. 그 순간부터 그는 아무리 주변에 누군가가 있어도 끝없이 혼자라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았지만, 그는 그들 속에 섞일 수 없었다. 그에게는 그저 침묵과 고독만이 삶의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소년은 집 안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낯선 여자와 소녀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여자는 그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어머니 역할을 하려 했지만, 소년에게는 그녀의 미소조차도 먼 타인의 것이었다. 소녀는 여전히 그를 피하듯 말이 없었다.
소년은 그들과의 관계가 마치 얇은 유리막으로 가로막혀 있다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밤이 되면 소년은 자신만의 작은 방으로 돌아와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는 그저 엄마와 함께 보냈던 조용한 오후들이 그리웠다.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던 어머니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며 소년은 혼자 중얼거렸다.
"엄마, 보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가족과의 거리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소년이 엄마와 함께했던 기억을 붙들고 살아가는 동안, 고독이 점점 그의 마음을 채워갔다. 새로운 집 안의 모든 소리가 그에게는 무의미하게 들렸고, 소년은 끝없이 깊어져 가는 침묵 속에 묻혔다.
어느 정도 머리가 커져 아버지가 어머니를 배신하고 따로 가정을 차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전에도, 소년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은 그저 낯설기만 했다. 새엄마와 새로 생긴 여동생보다도 더 친숙해지지 않았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크게 소리 지르며 결국에는 뺨을 때리고 발길질했던 몇 차례의 기억에서, 소년은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죽음』은 이제 막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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