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창문을 연신 할퀴어 댄다
소년은 터벅터벅 가벼이 비를 끼얹는다
소년의 뇌와 심장은 씻기고
몸과
마음에서
맑고 깨끗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던 나는
기꺼이 비 막아 주는 창을 바라보며
너머의 비 허락할 뿐
털끝 한 가닥 내어주지 않는다
머문 시선 알 턱 없는 소년의 고개가 숙여진다
소년에게 준 눈길 챙겨
허공에 둔다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 바삐 간다
사소한 이야기 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