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엠(1931) 리뷰 (미셸 푸코)

by 김명준

영화는 독일의 한 마을에서 어린이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로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공권력이나 거시권력이 아닌 시민들 사이에서의 미시권력이다. 시민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의심하고 낙인찍는 미시권력의 형태가 가장 먼저 강조되며 그 이후 거시권력이 등장한다. 거시권력 역시 감시와 규율의 방식으로 작동된다. 사람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지문을 검사하고(생체권력), 경찰들은 한밤중에도 마을 구석구석을 뒤진다. 과학수사대는 범인의 필체를 통해 범인이 정신이상이 있을거라고 확신하고 정신이상에 대한 담론을 재생산한다. 이러한 거시권력 속에서 가장 많이 방해를 받는건 다름아닌 범죄조직이다. 마치 벤담의 판옵티콘처럼 경찰들이 감시를 안 하고 있을때조차 자신들이 감시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쉽사리 은행을 털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범죄조직은 자신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자 본인들이 직접 범인을 찾기로 나선다. 거시권력이 범죄조직이라는 또 다른 권력을 깨운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영화의 초점은 범죄조직에 맞춰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선과 악, 이성과 광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완전히 해체하는데에 있다. 범죄조직의 선의 아닌 선의로 시작된 이 범인찾기는 의외로 긍정적인 효과도 낳는다. 공권력이 수달동안 찾지 못했던 범인을 찾는데에 성공했고, 사람들이 비정상이라 여기고 외면하던 맹인 거지 및 다른 거지들에게 비록 이용을 위한거였지만 관심과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물파손과 경찰폭행이 있었고 사회질서가 무너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단연 마지막 지하법정씬이다. 범죄 조직원들은 범인을 지하법정으로 끌고 가 법률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범인을 심판하려고 한다. 대다수의 조직원들은 공권력이 무능하니 본인들이 직접 범인에게 사적제재를 가해야한다는 의견에 동감한다. 하지만 변호사를 자처했던 조직원은 다른 의견을 낸다. 범인을 경찰에게 넘겨줘 교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의견은 곧 비웃음당하고 심지어는 다수권력에 짓눌려 비정상적인 의견이라고 낙인찍힌다. 사회질서를 파괴한건 변호사가 아닌 비웃는 조직원들이었지만 결국 누가 더 다수냐, 누가 더 권력이 있느냐에 따라서 정상이 비정상이 될 수도 있고 비정상이 정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때 범인의 변론이 시작되는데 범인은 자신의 조절할 수 없는 충동장애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호소하기 시작한다. 정상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그는 마침내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정신장애에 대한 고통과 억울함을 오랫동안 털어놓는다. 그러나 판사를 자처하던 조직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사형을 판결한다. 그 이후 조직원들이 범인을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데 이때 경찰들에게 지하법정이 발각되고 결국 범인은 거시권력에 의해 심판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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