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 베셀 삽페 스타일로)
흑사병으로 인해 죽은 기사는 저승사자를 만나지만 저승사자를 따라가는게 무서웠던 기사는 죽음을 지연시키기 위해 저승사자와 체스를 둔다. 아무튼 이 영화에서 베리만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광대 부부 처럼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라는 다소 도식적인 교훈인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틀렸다. 전제부터가 틀렸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을 바라보는 그 의식의 빌어먹을 과잉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인간이 언젠가 죽는다는건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실이 의식의 공포를 지워주지는 못하며 광대부부는 그저 나의 방어기제인 고립, 고정 혹은 주의전환을 하고 있을 뿐이다. 죽고나서 저승사자가 온다는 설정 역시 틀렸다. 저승사자가 올지 안 올지, 죽음 이후에 내세가 있을 지 없을지, 그냥 컴퓨터 꺼지듯이 모든 게 꺼지는 것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건 인간의 지식 범위 밖에 있는 상상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은 지나치게 과도해진 바람에 그 상상할 수 없는 영역마저 상상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버렸다. 상상할 수 없는 걸 상상해야만 하는 의식의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