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리스 무덤에서의 일기

by 김명준

(토마스 베른하르트 스타일로)


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할 수 없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아니, 까딱할 의지조차 없다. 방 내부는 후덥지근하고 침대는 땀냄새로 가득차있다, 이대로 있다가 죽는걸까? 하인리히 하이네 처럼? 난 죽음이 두렵다, 동시에 죽음을 원한다, 죽음이 너무나도 두렵기에 죽음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빠져나가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죽고 싶다! 아니, 죽고 싶다는건 죽고 싶다고 말하는 주체가 아직 살아있다는걸 전제로 한다, 나는 살아있지 않다, 죽어있다, 죽어있는 채 의식만 떠다니는거에 가깝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인간이 불행한 이유를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는 틀렸다, 전제부터가 틀렸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죽음은 사건일 뿐이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게 아니라, 죽음을 바라보는 그 의식의 빌어먹을 과잉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죽음은 알 수 없는 것, 지성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곳, 이성이 마비되는 벽, 상상조차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러나 인간은, 삽페(페테르 베셀 삽페)가 말했듯, 인간은 의식이 쓸데없이 과잉진화해버린 바람에 그 상상할 수 없는 영역마저 상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버렸다. 상상할 수 없는 걸 상상해야만 하는 고통은, 불안은, 비극은, 절망은 나를 잠식한다, 내 영혼을 잠식한다! 육체는 지금-여기 낡은 침대에 갇혀있지만 의식은 항상 그 너머를 본다, 사랑, 행복, 가치, 추상, 관념 등등… 손에 잡히지 않는 것, 잡을 수 없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의식은 꿈꾼다, 갈망한다, 의식은 우주를 갈망하지만 육체는 감옥보다 좁다. 그 결과, 인간은 자기가 인간이기를 부정한다, 인간은 자기부정의 동물이다, 모든 언어는, 모든 문명은, 모든 의식은 자기부정이다, 이 일기 역시 자기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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