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할 권리

by 김명준

나는 침묵할 것이다. 언어는 무한하지 않으며, 감정을, 고통을, 절망을 필연적으로 단순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이 논리적 표현 불가능성을 말했다면, 나는 언어의 질적 불충분성을 말한다. 오늘날 권력은 더이상 억압하지 않는다. 오히려 푸코가 말했듯이 말하라고, 표현하라고 강요함으로써 작동한다. 나는 표현하지 않을 것이다. 피론이 판단중지를 외쳤다면 나는 표현중지를 외친다. 브레송 영화의 모델들이 연기하지 않듯, 나에겐 표현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침묵도 하나의 저항이다.(수전 손택) 언어가 권력의 회로로 편입되는 순간으로부터의 보존을 위한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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