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못내 억울하고, 게다가 적반하장 격으로 세상에 내보내준 은혜다시 말해서 낳아준 은혜를 고마워하라고 들입다 강조해대는 효孝사상이 얄밉다.
-<마광수의 뇌구조>-
지금까지의 문학은 전통적으로 엄숙주의를 전제하여 발전해왔다. 시대를 불문하고 지식은 권력이었고, 다른 문화생활과는 달리 문학은 식자층만이 누릴 수 있는 ‘정신적’ 특권이었다. 부유한 식자층만이 누릴 수 있었던 값비싼 취미생활이자 정신적 우월감의 표출이 곧 문학이었다. 그렇다면 요즘처럼 넓어진 독자층에도 불구하고 지적知的 허영심을 위해 포장되는 글들만이 아직까지도 신성한 본격문학으로 존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바로 민중적, 즉 육체적 쾌감관능적 카타르시스을 위한 문학이 아니라 귀족적, 즉 정신적 쾌감만이 ‘카타르시스대리배설’가 아니라 ‘감동’을 준다고 주류문학이 주장하기 때문이다.
-<마광수의 뇌구조>
추악한 정신주의의 아버지는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다. 착한 육체주의자의 아버지는 유감스럽게도 아직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머니는 있다. 바로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 먹는 원죄를 저질러 인간에게 섹스의 즐거움 을 안겨준 이브하와이다.
-<마광수의 뇌구조>-
제목: 우리나라 국어 교육은 엉터리
텔레비전으로 <수능 국어> 방송 강의를 보니까
이상화의 시 「나의 침실로」의 주제가
‘조국 광복에의 염원’이라고 가르치더군
나는 참 웃기는 얘기라고 생각했지
나의 침실로」나
내가 쓴 시 「가자, 장미여관으로」나
주제는 둘 다 똑같아
호텔 방 예약해 뒀으니
그리로 가서 신나게 섹스하자는 얘기야
다시 「나의 침실로」를 꼼꼼하게 읽어봐
내 말이 틀리다고는 못할 걸
제목: 소낙비
소낙비 소리는
물이 자살하는 소리
나도 소낙비 속으로 뛰어들어
같이 자살하고 싶다
제목: 인생에 대하여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슬피 울었지만
모두가 웃었고
세상을 떠나 죽을 때
나는 너무 기뻤지만
모두가 슬퍼했다
제목: 별
이 세상 모든
괴로워하는 이들의 숨결까지
다 들리듯
고요한 하늘에선
밤마다
별들이 진다
들어 보라
멀리 외진 곳에서 누군가
그대의 아픔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
지는 별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오늘
그대의 수심(愁心)이
수많은 별들로 하여
더욱
빛난다
제목: 업
개를 한 마리 기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식 낳고 싶은 생각이 더 없어져 버렸다
기르고 싶어서 기르지도 않은 개
어쩌다 굴러들어온 개 한 마리를 향해 쏟는
이 정성, 이 사랑이 나는 싫다.
그러나 개는 더욱 예뻐만 보이고 그지없이 사랑스럽다
계속 솟구쳐나오는 이 동정, 이 애착은 뭐냐
한 생명에 대한 이 집착은 뭐냐
개 한 마리에 쏟는 사랑이 이리도 큰데
내 피를 타고난 자식에겐 얼마나 더할까
그 관계, 그 인연에 대한 연연함으로 하여
한 목숨을 내질러 논 죄로 하여
나는 또 얼마나 평범하게 늙어갈 것인가
하루 종일 나만을 기다리며 권태롭게 지내던 개가
어쩌다 집 안의 쥐라도 잡는 스포츠를 벌이면 나는 기뻐진다
내 개가 심심함을 달랠 것 같아서 기뻐진다
피 흘리며 죽어 가는 불쌍한 쥐새끼보다도
나는 그 개가 내 개이기 때문에, 어쨌든
나와 인연을 맺은 생명이기 때문에 더 사랑스럽다
하긴 소가 제일 불쌍한 짐승이라지만
내 개에게 쇠고기라도 줄 수 있는 날은 참 기쁘다
그러니 이 사랑, 이 애착이 내 자식 새끼에겐 오죽 더해질까
자식은 낳지 말아야지, 자신 없는 다짐일지는 모르지만
정말 자식은 낳지 말아야지
모든 사랑, 모든 인연, 모든 관계들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되도록
이를 악물어 봐야지
적어도, 나 때문에, 내 성욕 때문에
내 고독 때문에, 내 무료함 때문에
한 생명을 이 땅 위에 떨어뜨려 놓지는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