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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선순위가 생긴다는것.

작은 희망이 불러온 나비효과

by 일요일오후여섯시



축구가 어떤 운동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운동장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기분이 좋았다.


둥근 축구공은 어떻게 건드리든, 어디로든 흘러갔다.

때론 내 발끝에서 의외의 방향으로 굴러갔다.


그날은 패스 훈련을 하던 날이었다.

“좋아요~ 패스 잘하시는데요?”

감독님이 툭, 지나가듯 던진 말이었다.

그 말 하나에 내 가슴이 미치도록 쿵쾅거렸다.


동호회 회원에게 하는 스쳐가는 추임새 같은 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말은 내게 작지 않았다.

아니, 너무 컸다.

그 순간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도… 잘할 수 있을지도 몰라.’

‘나도 열심히 배우면…

언젠가는 필드를 자신 있게 뛸 수 있지 않을까?’

처음으로,

희망이 내 안에서 조용히 꿈틀거렸다.

내가 나에게 거는 아주 작은 믿음이었다.


풋살은 어느새 내 삶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일요일 저녁 두 시간.

그 시간이 주는 행복은

일주일의 피로를 다 씻어주었고,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게 해 주었다.


가족모임, 행사, 약속이 있어도

나는 6시 전까지 집으로 돌아왔다.

그 시간만큼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나로 살 수 있도록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준 사람.

내가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걸 진심으로 기뻐해준 사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해 온 나의 짝꿍…

나의 배우자였다.


그해,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이의 인생이 새롭게 시작되던 시기,

엄마인 나 역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남편의 배려와 크고 작은 희생으로..

일요일 한 번이던 운동은

주 2회…. 3회로 늘어났고


드디어 우리 팀은

첫 전국 풋살대회를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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