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는 다르지만 하루하루 커가는 너와 나
2023년 5월,
첫 대회 당일.
비가 세차게 내렸다.
그런데 나는 그 비마저도 즐거웠다.
흠뻑 젖은 생쥐 꼴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짜 선수가 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특별했던 건,
남편과 아이들이 처음으로 내가 뛰는 경기를 보러 왔다는 것.
큰아이는 어설프지만 정성껏 만든 응원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우리 엄마 파이팅!”
경기가 시작되었고 아이들은 눈으로 나를 좇았다.
나는 조급해졌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멋지게 하고 싶다.’
하지만,
몸은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골문 앞, 강하게 날아든 공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공을 막았다.
문제는 나는 골키퍼가 아니라는 것..
휘슬이 울리고, 심판의 손엔 레드카드가 들려 있었다.
나는 그대로 경기장에서 퇴장을 당했다.
큰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나도 울고 싶었다.
그 순간의 부끄러움, 당황스러움..
그리고 아이 마음을 다치게 한 것 같은 미안함.
그 모든 감정이 빗속에서 눈물처럼 함께 흘러내렸다.
첫 대회,
첫 경험,
그리고 아이의 첫 직관.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설렘도, 책임감도 컸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예선 탈락.
그보다 더 아팠던 건 아이들 앞에서 퇴장당한 나의 모습이었다.
경기 내내 가슴 한쪽이 무거웠다.
아이의 눈에 나는 어떻게 비쳤을까.
딸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나는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수없이 복잡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나를 제일 먼저 맞아준 건 딸아이였다.
손에 들린 작은 과자 한 봉지
내가 좋아하는 인디언밥.
그 위에 또박또박 쓴 편지가 붙어 있었다.
엄마, 오늘 힘들었지?
열심히 뛰어줘서 고마워
엄마 사랑해.
- 딸-
순간, 머리를 세게 맞은 것 같았다
오늘, 엄마의 모습을 보고 가장 크게 울었던 아이.
어쩌면 누구보다 엄마의 속상한 마음을 크게 느꼈던 건 아닐까..?
나는 괜찮은 척했지만 딸아이는 다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슬픔이 눈 녹듯 사라졌다.
8살 딸의 따뜻한 편지 한 장에 하루종일 무거웠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아이는 훨씬 더 단단하고 따뜻한 아이였다.
그날 하루 종일 내 마음을 짓눌렀던 ‘실수’는
퇴장당한 엄마가 아닌, 끝까지 경기를 뛰고
열심히 달린 엄마의 모습으로
기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