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에서 잘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
풋살은 더 이상 그저 운동이 아니었다.
내 가슴속에서 피어났던 작은 불씨는 이제 확실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첫 대회 이후,
우리 팀은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조금씩 성장해 갔다.
그리고 두 번째 대회.
우리는 ‘하위부 준우승’이라는 작지만 값진 성과를 얻었다.
그 성적은 또 다른 감정을 깨웠다.
더 잘하고 싶다
더 배우고 싶다
그저 즐기는 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풋살을 ‘알고’ 싶었다.
나도,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진짜로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한 가지 공고를 보게 되었다.
K리그 프로축구협회에서 주최하는
‘퀸컵’이라는 여성 축구 대회.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청주 FC에서 그 대회를 위한 여성 대표 선수를 모집하고 있었다.
K리그 대표팀이라니…
청주 FC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나간다니…
상상만으로도 소름 끼치게 멋진 일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그 안에 내가 가진 모든 간절함을 담아냈다.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이제 남은 건 2차 실기 테스트.
수능도 안 보고 수시로 대학에 진학했던 나에게
이건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진짜 ‘시험’이었다.
그리고 가장 간절한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만큼 내 실력이 따라줄 수 있을까…
2차 테스트가 다가올수록 흥분은 조금씩 가라앉고,
현실 속 내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운동장에 들어선 순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각자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
바쁘게 움직이는 스텝들
그동안 수없이 갔던 운동장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테스트는
드리블, 단거리 달리기, 슈팅, 장거리 달리기 등
여러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상황에 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하지만 진짜 관문은 마지막 ‘실전 경기’였다.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는 빠르지도, 체격이 좋지도 않다.
현란한 개인기도, 쏘는 족족 골망을 뚫는 슈팅력도 없다.
그리고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내 안에서 다시 속삭였다.
‘역시 나는 안 돼.’
‘나는 운동신경이 없어.’
내 가능성의 문을 다시 스스로 닫아버리려는 찰나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떨어질 수는 있어도 이대로, 패배자처럼 뛰고 돌아갈 수는 없다.”
그 순간, 내게 남은 건 단 하나였다.
간절함.
이 간절함이 지금의 나를 이 자리에 서있게 해 주었다.
나는 운동장 전체를 스캔했고 상대 팀에서 가장 잘할 것 같은 에이스를 찍었다.
‘그래. 오늘 나는 에이스 지우개’가 되는 거야!‘
누구보다 뛰어난 플레이는 못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나를 보여주자!
그때부터 나는 오직 한 사람만 쫓았다.
공이 아니라 내가 정한 ‘에이스’를.
그 선수에게 바짝 붙은 나는 공을 향해 몸을 던졌고,
쉴 틈 없이 따라다녔다.
공을 잡고 돌파하려 하면 이를 악물고 죽기 살기로 쫓았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스피드가 나왔다.
상대를 쫒으며, 귀찮게 만들었고, 방해했다.
경기가 끝나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