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2차 테스트
실기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다.
조용한 방,
가라앉은 마음,
넘어가지 않는 시곗바늘.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진짜 합격할 거라고 생각하고 도전한 건 아니잖아.
경험해 본 것만으로도 멋진 거지.”
위로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나도 모르게 단정 지어버린 결과에 힘이 빠졌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오기가 생겼다.
그래!
사람들은 나의 도전을 응원해 주는 척하지만
속으론 이미 끝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사실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쯤이면 충분하지.’
‘이제 그만하면 됐어.’
결과를 기다리며 나조차 기대를 내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합격자 발표 날.
내가 받은 결과는
합격의 기쁨도, 탈락의 슬픔도 아니었다.
내게 돌아온 건
2차 테스트를 보러 오라는 애매하고 잔인한 답변이었다.
다시?
또?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왜 또 그 떨림과 긴장감을 견뎌야 하지?
왜 다시, 나를 증명해야 하지?
비겁한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떨어질 거잖아.’
‘1차 때가 내 최선이었어.’
‘더는 못해. 이미 다 보여줬어.’
내 안의 나는 수없이 많은 이유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모든 말들을 지나 나는 또다시 테스트장에 서 있었다.
진심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다.
1차 때보다 더 잘하고 싶었다.
누군가가 기대하고 있을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1차 때 내 모든 걸 쏟아냈으니까.
숨겨둔 기술도 없었고, 감춰둔 체력도 없었다.
더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잘하고 싶은 욕심만이
남아있었다.
그게 지금의 나였다.
프로축구단의 이름을 달고 큰 대회에 나가겠다는
내 당찬 포부는 그 여정을 통해
‘운동선수의 세계가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
‘간절함만으로 다 이룰 수 없는 현실도 존재한다는 것’을 차근히 알려주었다.
결과는, 냉정했다.
하지만 나는 그 냉정함 안에서
어쩌면 가장 뜨거운 나 자신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