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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는 줄 알았지만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한 가지

by 일요일오후여섯시


테스트가 끝난 뒤

내 마음 어딘가가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더 잘하고 싶다’는 열정,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목표

그 모든 게

어느 순간 스르륵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저,

동네에서 운동 삼아 공 차는

아줌마.

그게 현실이었고

사실이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외면하고 싶었다.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또 다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 막연한 기대마저

이번 경험은 적나라하게 꺾어놓았다.


“이거 봐, 아무것도 없어.

이게 지금의 너고, 앞으로의 너야.”

누가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었지만

내 안의 목소리가

차갑게 속삭였다.


곧 꺾일 듯한 가지처럼

내 마음도 흔들렸다.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진심이었던 걸까?”


“욕심 내려놔.”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잖아.”

“행복축구 해. 즐기면 되는 거야.”

수많은 말들이

위로인 척 나를 흔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 말들에 휘청였다.


그런데,

그럼에도

부러지지 않는 한 가지가 있었다.


나는,

풋살 할 때 행복했다.

나는,

풋살 할 때 온전한 ‘나’였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탈락의 쓴맛을 딛고

나는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속에

새로운 결심을 새겼다.


“이제는

그저 열심히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하는 사람이 되자.”


작은 결심과 함께 나는

풋살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축구와 풋살 관련 영상들을 틈날 때마다 찾아봤다.


경기를 분석했고, 내 플레이 영상을 반복해 보며

부족한 점을 기록했다.


끊임없이 생각했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내리쬐는 햇살은 점점 뜨거워졌고, 주위는 온통 푸르렀다.


초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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