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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온 기회

초여름처럼 푸르렀던 날들

by 일요일오후여섯시

무더운 초여름의 어느 날,

한 팀원이 내게 물었다.

“올해는 퀸컵 지원 안 해봐?”


일 년 만에 들어보는 퀸컵이었다.


그 말에 대답도 하기 전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쿵,

쿵,

쿵.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나는 알았다.

나는 풋살에 제대로 미쳐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33년.

나는 몰랐다.

마음을 닫아놓고 살았고, 스스로를 단정 지으며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한계를 그었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고, 풋살을 알게 된 후의 나는

달라졌다.


조금씩, 하지만 확실히

달라졌다.


그런 내가 좋았다. 무언가에 빠져들고 몰두하고 간절한 내 모습이 …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2024년 뜨거운 여름

나는 또 한 번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결과보다

나 자신에게 진짜 멋진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



올해 퀸컵은 작년보다 훨씬 더 큰 기회였다.

그저 또 한 번의 대회가 아니라, 어쩌면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못 느낄지도 모를 소중한 순간이었다.

청주 FC라는 프로축구단의 이름으로 경기를 뛴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데, 이번엔 공식 후원사까지 생겼다.


‘청주 김안과병원’이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청주 fc여자축구팀의 공식 후원에 나선 것이다.


운동 삼아 시작했던 풋살.

그저 숨 쉬듯 움직이고 싶어서 일요일 저녁 운동장에 나갔던 그 시작이 이렇게까지 ‘진짜 무대’로 이어질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동안 내가 했던 작은 선택들,

포기하지 않았던 수많은 순간들이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장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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