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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결혼이라는 선택

하고 싶은 게 없던 재미없는 인생의 도피처..

by 일요일오후여섯시

2장. 나를 잃고 살았다


그 후로도 운동은 내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헬스장도, 요가도 러닝도..

흔한 다이어트조차 없는 날들이었다.

조용히 틀 안에서 움직이며 살아갔다.

공부도 그럭저럭,

예체능엔 소질이 없었고

(이 또한 스스로 내려버린 결론이었을지도 …)

뭐 하나 뚜렷하게 잘하는 것도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쯤 회사에 다녔다

그리고 스물넷, 나는 결혼을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은 재미없는 내 삶에 ‘뭔가 재미있는 일’을

만들고 싶었던 나의 발악이었다.


재미있는 사람,

재미있는 결혼,

재미있는 인생—

그렇게 바라고 시작한 결혼이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었던 나의

도피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결혼이었던 것이다.

이후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엄마‘는 내가 갖게 된 첫 번째 타이틀이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나는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했다.

내 에너지와 열정, 하루의 모든 리듬은

아이를 향해 있었다.

엄마로서의 나는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은 점점 희미해졌다.


3장. 심장이 반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TV에서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예능을 보게 되었다.

몇 번 지나치듯 본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녀들은 축구를 하고 있었다.

서툴렀고, 넘어졌고, 숨차했다.

하지만 모두가 진심이었다.

몸으로 부딪히고, 땀 흘리고,

공 하나에 몰입하고 있었다.


운동선수도, 전공자도 아니었다.

그저 나처럼, 운동을 해본 적 없는 여성들이었다.

그 모습에 심장이 뛰었다.

‘나도 해볼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뛰어도 될까?’


처음엔 조심스러운 물음표였지만

어느 순간, 강한 느낌표로 바뀌었다.

‘나도 해보고 싶다.’

‘진짜 해봐야겠다.’

이상하게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내 안에서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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