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에도 행복한 이유
딸아이 학교 앞에 날이 더워지면 오시는
아이스크림 할아버지가 계시다.
집과 학교가 먼 아이를 매번 데리러 가는데
어느 날은 차에 타면서부터 상기된 표정과 말투로
“엄마, 엄마! 오늘 아이스크림 할아버지가 오셨어!”
“그래? 아이스크림 사 먹었어? “
“아니… 줄이 너무 길어서 학원 늦을까 봐 못 먹고 구경만 했어 ”
시무룩한 얼굴이다.
“줄이 짧은 날이 있을 거야!
그땐 꼭 사 먹고 학원에 가!”
“응, 학교 끝나자마자 달려가서 먹어야지!”
금세 기대에 찬 표정이다.
며칠 뒤
학원이 끝나고 차에 올라탄 딸에게 물었다.
“오늘 아이스크림 먹었어?”
“오늘은 사람이 얼마 없어서 줄을 섰는데..
아이스크림이 3 스쿱에 천 원이거든? 근데 돈이 부족한 거야 … 그래서 못 먹었어 힝…“
카드도 계좌이체도 안 되는 오직 현금으로만 먹을 수 있는 콘아이스크림
바퀴 달린 작은 냉동고에서 초코맛, 딸기맛,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을 콘에 올려주는데 3 스쿱엔 천 원, 6 스쿱은 이천 원이라고 한다.
나도 어렸을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자주 먹던 아이스크림. 뜨거운 햇빛아래서 어찌나 빨리 녹는지 …
줄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에 눅눅해진 콘이 그렇게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엔 잘 볼 수없어 신기함 반 맛있는 비주얼반으로
항상 줄이긴 콘아이스크림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딸이 미소 가득한 얼굴로
“엄마! 오늘 나 아이스크림 먹어봤다! 진짜 맛있어~~
엄청 부드럽고 과자도 바삭바삭하고 매일 먹고 싶다! “
종알종알 자랑을 하는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
“정말? 엄마도 어렸을 때 자주 먹었는데, 정말 좋았겠다.“
“진짜? 엄마 어렸을 때도 같은 걸 먹었어? 그럼 아이스크림 할아버지가 엄마 애기 때부터 파셨던 건가?
그래서 지금 할아버지가 되셨나 봐 ~~~! “”
“하하하 그런가 보다 ”
아이스크림콘 하나로 하루가 행복한 딸이다.
덕분에 차 안에서 옛날이야기 꽃이 피었다.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4학년이 된 지금
아이스크림 할아버지는 여름이면 어김없이
학교 앞에 오신다.
오랜만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던 아이가
“엄마, 아이스크림 할아버지가 한동안 안 오셨거든..
그래서 친구들이 왜 안 오셨냐고 물어봤는데
길을 못 찾아서 헤매시다가 못 오셨데.. “
딸아이의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많은 감정들이 올라왔다.
그래? 그랬구나..
아이들도 그 몇 년 사이 할아버지와 정이 들었는지
안 오시는 할아버지가 궁금했던 아이들
길을 못 찾아서 못 오셨다는 아이스크림 할아버지
순간 내비게이션이 없나? 많은 질문이 떠올랐지만
묻진 않았다.
그저 할아버지를 기억해 주고 궁금해하고, 안부를 물어본 아이들이 기특하고 귀여웠다.
나도 어렸을 땐 아이스크림 하나,, 인형 하나에 참 행복했었는데..
그 작은 것들이 주는 행복이 컸던 이유
지금은 어떠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
딸의 모습에 나의 어린 시절이 느껴진다.
오늘따라 아이스크림 하나에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