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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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자객처럼 은밀히 찾아온 눈은 신산한 세월 속 자신의 비기마저 잃어버린 걸까, 뭇 마음들 위로 내려앉지 못한 채 허공에서 서너 차례 춤추다 물러갔다. 그래도 제날을 잊지 않고 어김없이 찾아와 성긴 눈발이나마 기어이 풀어놓고 서둘러 떠나버린 마음이라니, 세월이 모질어 이렇듯 사소한 신의에도 눈물 난다. 머지않아 거센 기세로 온 하늘 온 들판을 하얗게 물들일 눈발들의 장엄한 칼춤을 그려보며 모진 세월을 견딘다. 오늘은 대설(大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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