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계절로서의 겨울이든 상징으로서의 겨울이든, 나는 겨울 안에도 있고 겨울 밖에도 있으며 겨울이 아닐 때도 겨울을 생각했습니다. 겨울은 내 은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계절입니다. 날 선 날들이 많다 보니 겨울의 표정은 하나일 거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겨울은 생각보다 표정도 많고 속이 깊은 계절입니다. 속이 깊다 보니 위로도 깊습니다. 깊은 위로는 종종 나를 울립니다. 그리고 겨울은 생각/처/럼 입이 무겁습니다. 정거장에서, 외진 골목에서, 술집에서, 누군가의 집 앞에서 하릴없이 돌아서며 깨물었던 입술에 관해, 돌아온 방 안에서 거울을 보며 느낀 모멸에 관해 겨울은 결코 단 한 번도 소문내지 않았습니다. 겨울은 나의 비밀을 나보다 더 깊고 은밀하게 감출 줄 아는 계절입니다. 몇 차례 겨울의 퉁명스러운 타박을 들어보긴 했지만, 그건 나를 생각하는 겨울의 깊은 배려이거나 걱정스러움의 표현이었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겨울은 겨울만의 방식으로 나를 야단칩니다. 겨울은 겨울만의 방식으로 나를 위로합니다. 그리하여 나는 오히려 저 얼음 같은 겨울의 무표정과 속 깊은 위로와 때로 느껴지는 상련(相憐)의 마음을 통해 단단해지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