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복 상의: 가슴골과 비트요가

by 최고수정

오늘은 비트 요가 하겠습니다.


이 구령과 함께 강사는 요가 매트 간의 간격을 더 넓힐 것을 요청했다. 강사와 수강생들 사이, 수강생과 수강생 사이. 예상에 없던 비트 요가를 하게 된다니 나는 갑자기 심장이 뛰었다. 사운드(beat)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어색하고도 긴장됐다. 평소와 달리 빠른 음악을 틀어놓았던, 에어로빅과 요가 중간쯤 되는 성격의 비트 요가를 해봤던 기억이 났다. 머리카락을 하나로 질끈 묶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빨리 연결되는 동작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호흡이 벅찼을 뿐이다. 강사의 비트 요가 계획에 나는 멱살 잡힌 종놈마냥 하나하나 따라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한겨울에 땀 샤워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날 나는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물론 속옷도 입고 있었고. 비트 요가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 지 삼사분 만에 요가복과 관련한 진지하고도 중대한 고민에 봉착했다. 체면이냐, 실용이냐. 요가 올 때 나는 끈나시는커녕 민소매(슬리브리스)도 잘 입지 않는다. 노출이 부끄러운 유교걸인걸~ 아아, 그러나 비트 요가 중일 때는 너무나 중차대한 문제. 평소보다 땀이 많이 날 것 같은데…… 티셔츠를 벗고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사실 요가에 입문하기 전에는 세상에 스포츠브라가 있는 것도 몰랐다. 여자 속옷에 와이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번갯불과 반딧불의 차이만큼 컸다. 후크가 없는 밴딩형 브라는 편해도 너.무. 편했다. 운동복에 대한 투자는 딱 그 정도였다. 2020년대 중반 들어 여성복에 크롭의 물결이 들이닥친 것은 잘 알 것이다. 브라캡이 내장된 민소매 티도 크롭으로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했다. 겉옷으로 입든 속옷으로 입든 크롭 슬리브리스가 흔하디 흔해졌다. 그렇게 배꼽이 보일락 말락 하는 크롭 브라탑이 내 손에도 들어왔다. 가슴 패드만 있으면 상관없는 거 아니겠는가. 난 어차피 속옷으로 입을 거니까.


비트 요가 중인 나는 혼란스러웠다. 일찍이, 새가 알을 깨듯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고 했던가.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에서 말했다. 비트 요가가 시작된 지 십 분도 안 된 시점에 결정했다. 에랴이~ 부끄러움이라는 이 갑옷을 찢어버리자. 나의 배와 등과 겨드랑이를 둘러싸고 있던 티셔츠를 잽싸게 벗겨냈다. 오, 시원함이시여! 지금 내 겨털이 짧은가 긴가를 염두에 두는 것은 사치였다. 어차피 다들 자기 운동하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티셔츠 안에 입고 있던 브라탑은 홀터넥 스타일이었다. 어깨끈이 목을 둘러싸는 모양인데, 양어깨가 훤히 드러나지만 가슴골의 노출 걱정이 없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그나마 편한 마음으로 동작들에 집중했다. 시간은 쏜살같았다. 수업이 막바지에 이를 때였다. 드디어 바라마지않던 사바 아사나. 시체처럼 가만히 멈춰 이완하는 차례가 왔다. 암, 누워야지~ 앉은 자세에서 등을 바닥에 대려 하자 그 가슴골 쪽에서 홍수가 났다. 가슴 아래 고여 있던 땀줄기들이 갑자기 얼굴 방향으로 돌진하는 게 아닌가. 파도 한 방을 맞은 기분이었다. 으악, 놀라라.


비트 요가가 아니더라도 요가할 때 피부 곳곳에서 땀이 맺히는 게 느껴지곤 한다. 이마든 코끝이든 목뒤든. 땀방울을 넘어 땀줄기 세례는 정말 드문 경우였다. 후련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 땀의 존재. 무슨 운동이든 땀은 필수 불가결한 결과물이다. 어떤 옷을 입을지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것은 좋은 자세다. 통기성이니 흡습성이니 내구성이니, 어떤 것에 중점을 두든 존중한다. 나를 답답하게 했던 옷을 바꾸었더니 나는 날아다닐 수 있었다. 편한 옷 입지 않을 거라면, 요가하지 마세요.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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