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_사라지지 않는 봄

“내가 내 삶을 사랑하자, 세상이 다시 나를 안아주었다.”

by jjoo

가을이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가을

빠질 머리카락은 다 빠졌는지 이마 위로 솜털이 보송보송 나오고 있다.


나는 3년간 시스템 옷장 위에 처박아 놓은 캐논 카메라를 꺼냈다.

사진을 찍고 싶었다.
아무 의미 없는 풍경이라도 좋았다.

그냥,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남기고 싶었다.

SNS 계정을 만들었다.
이름은 ‘사라지지 않는 봄’.
교토에서 찍은 벚꽃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아픔은 닦을수록 빛난다.”
짧은 문장을 덧붙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반응했다.
“이 사진을 보며 마음이 놓였어요.”
“당신의 봄이 저에게도 전해졌어요.”
그 말들이 내 마음을 천천히 데워주었다.
나는 위로는 돌고 도는 것임을 느낀다.
누구에게 주면,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걸.

그게 가족이 아니면 어떠리.


그리고 가족들도 조금씩 달라졌다.
남편은 내 사진을 보며 “이건 참 좋다”라 말했다.
아이들은 내가 카메라를 들면 자연스레 웃어줬다.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엄마가 담아준 총각무와 양배추 김치통이 놓인

식탁 위로 오랜만에 즐거운 대화가 오고 갔다.

아무 말이 없어도, 서로의 마음이 닿는 느낌이었다.

정확히 그동안 나만 몰랐던 그림들이 이젠 보이는 것 같다.


요즘은 카메라를 들고 새벽 거리를 걷는다.
이른 햇살, 가게 불빛, 아직 잠든 골목.
그 속에서 살아 있다는 감각을 찾는다.
가끔은 생각한다.
언젠가 이 사진들로 작은 기록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하루를 잠시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그날 밤, 일본에서 엽서 한 장이 도착했다.


“당신의 사진을 보며 우리 딸의 봄을 떠올립니다.”
처음 보는 글씨체가 낯익었다.
교토의 그 노부부였다.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나를 살리셨어요."

답장에 쓰고 싶었지만, 먼저 간 딸 생각으로 힘들어할 할머니가 떠올라

언제 한번 한국에 놀러 오시라 간단하게 적어 우체통에 넣었다.
우린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같은 가을을 살고 있었다.



“찰칵.”
그 소리가 내 안의 봄을 깨웠다.
나는 이제 안다.

벚꽃은 져도, 내 안의 계절은 계속 피어난다.

힘이 난다.

"띠링" 발권한 중국행 비행기표가 폰으로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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