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돌아온다.

어떤 보따리들을 풀어 놓을지 걱정과 기대가 파도친다.

by jjoo

딸, 아들 대학 보내면서 자취 준비하던 때가 벌써 4년 전이지만,
바로 지난달 쌓아놨던 이사박스의 마지막 하나를 푼 거 같다.
그때부터 아이들 자취방, 남편직장 변동으로 우리 부부집까지
거의 매년 한두 번은 이사를 한 것 같다.
짐을 싸고 풀고, 또 풀고 싸는 사이에
내 인생의 한 단락이 통째로 지나가 버린 거 같다.


아이들이 떠난 집은 늘 잔잔하면서도, 또 늘 어수선했다.
조용해서 편안한데, 또 너무 고요해서 낯설었다.

떠나보낼 땐 이게 다 아이들을 위해서란 이명아래

굳센 맘으로 이른 독립을 강조하며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주창했다.

내 가치관은 그러해서 그리 했지만,

문득,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의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너무 부담을 준 건 아닌지,

후회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내 맘에 예전에 없던 것이 들어온 게 하나 있다.

"후회"

나는 살면서 후회하거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없어..

를 내 자부심처럼 여기며 말하곤 했지만,

그것도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다 생각 든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세상에, 모두 다 무책임한 설레발로 느껴진다.

나이가 든다는 건 후회가 많아진다라는 것이

오늘따라 옷 깃에 달라붙어 하루 종일 나를 당겨대는 것 같다.


코로나가 세상을 뒤흔들던 20~21년,
식도암으로 2년을 고생하신 아버지 장례를 정신없이 장례를 치렀고,
뒤이어 엄마 허리 수술 후 재수술까지 받으며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고 슬픈지도 힘든지도 모르고

동동거리던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크고 아픈 일들을 수습하고는

이어진 7번의 이사
부산, 서울, 대전을 오가며 끝 모를 이삿짐을 싸고 풀며 세집살림이 시작됐다.
힘든 과정만은 아니었다.

덕지덕지 힘겹게 싫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서

쓸모없이 쌓아만 가던 내 욕심과 고집들이 생각나기도 헸고

20년 묵은 짐을 대폭 줄여보고 바꾸기도 했다.

그 결과 내 가치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남편직장의 아주 큰 위기도 있었다.

신문에도 날정도의 큰 이슈였다.

남편의 자리와 건강까지 위협한 일이었지만,

다행히 지사발령으로 마무리되었고

지금 남편의 몸과 정신건강으로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좋아지고 있다.

전화위복이다.


돌이켜보면 그 몇 년은
이전 인생만큼이나 버라이어티 한 시기였다.
울컥하고 억울해서 가슴 치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이 우리를 조금, 아니 많이 단단히고 견고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지나고 보니 버텨낸 날들이
나를 전에 없던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내 몸은 망가져 가고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다가

난생 처음으로 수술이란 걸 하고 장기들을 덜어낸 후

후유증으로 아직 혼란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다.

서운함과 고마움을 서로에게 느꼈던 시간들이다.


이제 집안 풍경이 또 한 번 바뀌려 한다.
내년이면 아들은 제대를 하고,
딸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기대하고 강조했던 빠른 독립은 실패인 듯하다.

설레발 하는 강성의 엄마를 못 이겨 독립 비슷한 걸 했던 아이들은

4년 전 짊어지고 나갔던 짐가방을 들고 '본가'라던 집으로 기어들어 올 것이다.
다시 부대끼고, 투닥거릴 날이 다가오고 있다.


건강하게 돌아와 줄 아이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지금 이 익숙해진 고요함이 깨져버릴까 가 조금 더 걱정된다.

나는 나쁜 엄마 일까?
아이들이 떠난 뒤에야 서로에 대한 진심과 감사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동거가 시작되면 다시 생겨날 나름 "성장한 갈등"이 두렵기도 하다.

그동안 갈고닦았던 내실과 내공을 시험해 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훌쩍 지나버린 4년 이후로 예상할 수 없는 이전과 다른 환경이 반복되고 있다.

어쩌면 나는 가까이서 느껴지는 아이들과 가족들의 온기와 소음을 더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예전처럼 호기로운 용사처럼 앞장서지 말아야지

아이들의 뒤에 서서 아이들의 경험을 존중해 줄 것이다.

거품빼고 진정성으로 가자

조용히 기다려 주는 것도 또 하나의 표현방법임을 체감해 보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우리 가족의 미래

오늘, 누군가가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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