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전, 두번째 프로젝트

by 서희

5월 말에 가계약 했던 집은 계약까지 문제 없이 잘 진행됐다. 6월 초에는 중도금까지 송금했다. 가계약 하고 나서도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중도금까지 넣고나니 이제 정말 안심이 됐다. 이제는 우리 가족이 지낼 동네가 확정된 것이다.


그 전까지는 이직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했다. 이사할 곳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지원하는 회사가 지금 거주지 기준으로 대충 가까운지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갈 때도 어딘가 모르게 찝찝했다. 집에서 회사까지 1시간 넘는 상황은 더이상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면접을 보러 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크게 한번씩 한숨을 내쉬곤 했다. 집과 회사 두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잡고자 하는 노력은 조급했고, 두 문제에 대한 해결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욕심이었다.


이전에 쓴 글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면접 본 두 군데는 떨어졌지만 결론적으로는 다행스러운 결말이다. 집 뿐만이 아니라 육아휴직 중간에 조기복직 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컸던 것 같다. 당시엔 합격하면 곧바로 돈 벌러 갈 모드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합격과 출근이 코 앞에 다가오자, 아직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딸래미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아직 얘를 두고 나갈 준비가 안되었구나, 그 때 느꼈다.




그리고 어느샌가 복직이 3달 앞으로 다가왔다.

기존 회사로의 복직 혹은 새로운 회사로의 출근에 맞춰 남편이 연달아 육아휴직을 쓸 계획이지만, 아무래도 사기업 특성상 야근이 잦을 것으로 예상해서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엄마는 우리 가족을 위해 저 멀리 경상도에서 서울로 올라오시기로 했다. 남편의 6개월 육아휴직 이후에는 감사하게도 엄마가 전담에서 손녀를 봐주신다.


엄마가 계실 곳을 찾는 것은, 우리가 어디로 이사갈 지 확정한 뒤에 진행하기로 했었다. 그리하여 6월 말부터 슬 알아보자 했고, 9월까지도 못 찾으면 당분간 같이 지내시기로 했다. 그러다 이번 주말에 손녀를 보러 올라오신 김에 조건에 맞는 집들이 몇 있어서 한번 보고 오겠다 하신다. 우리 모두 전혀 기대도 예상도 하지 않았지만, 정말 운 좋게도 당일 계약까지 하셨다.




몇 달 전에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일들이 하나씩 리스트에서 빠지게 되었다. 고민이라는게 참 해보겠다고 악착같이 덤벼들면 안 풀리다가도, 안되면 어쩔 수 없지 뭐- 힘 빼고 한발씩 가면 또 한순간에 풀리나보다.

물리적인 이슈들이 해결 되었으니 오늘부터는 이제 회사에 대한 고찰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열게 되는 페이지도 네이버 부동산이 아닌 피플앤잡, 링크드인 같은 사이트들로 다시 돌아왔다. 단순히 유명한 회사, 연봉 올려서 갈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조건과 환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가진 경력이 필요한 곳이 어딘지를 생각해볼 참이다.


브런치 소개글처럼 나는 일 욕심이 어중간하게 있다. 무슨 의미냐 하면- 나는 야망을 쫓는 삶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자극을 받아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기도 한다. 자발적으로 어떤 컨텐츠에 대해 찾아보고 스터디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더 알아가보고 싶다.

이런 현상들 중에 나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짜를 추려내보고자 한다.







주말에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었다.

보통 이메일로 소개하고자 하는 회사와 업무내용 JD를 먼저 보내고, 성의가 있는 헤드헌터라면 이어서 전화를 주고. 그렇지 않다면(이메일 내용도 복붙일 것으로 예상) 연락이 따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경우엔 이메일로 내용 공유 없이 전화로 먼저 연락을 주셨다.


**님, 황금같은 주말에 연락 드려 죄송합니다~

사실 목소리를 듣자마자 (편견을 가지면 안되지만은) 아 이분 통해서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생각했다. 나름의 데이터가 쌓인 바, 너무 자신만만하고 과장된 영업톤은 개인적으로 불편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내용이 그닥 진정성이 느껴지진 않았다.


저부터 먼저 소개를 하자면, 대기업 s 출신이구요. 막판에 임원이 못 돼서 그 이후로 헤드헌팅 일 하고 있어요.

아~ 네네.

제가 **님 회사 잘 알거든요. 죄송합니다만 제가 그 회사 출신들 많이 빼왔습니다 하하하. 그리고 거기 그 계열사에 s 회사 같이 다니던 *** 이라고 거기 있어요. 제가 그 형님한테 얘기했어요, 거기 연봉이 인간적으로 너무 짜다고.

아, 네...


아마 이 분의 영업 스타일은 친밀함과 솔직함, 뭐 이런 느낌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소 일방적인 스몰토크 이후 드디어 본론이 나왔고, 결론은 나는 지원하지 않았다. 대략적인 회사소개와 위치, 그리고 업무를 뭉뚱그려 얘기하시곤- 내가 회사위치 때문에 일단 아예 지원할 생각이 없다고 하자 지금 연봉이 얼마냐 물어본다.

연봉을 아주 많이 올려줄 수 있다는 뉘앙스로, 회사가 멀어도 그 정도를 커버할 수 있는 연봉이면 되지 않느냐 설득한다. 연봉이 높은 곳이라니 아쉽네요, 그래도 너무 멀어요 라며 꾹꾹 마무리를 지었다.


회사를 결정할 때 연봉이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는 잘 맞을 헤드헌팅 스타일일 수는 있으나, 나와는 결이 맞지 않았다. 주말에 정말 예상치 못한 연락에 다소 정신 없는 내용이었지만, 그 전화를 끊고 오히려 조금 더 머릿속이 명쾌해졌다. 내가 추려가고자 하는 기준이 시야 속으로 또 한 걸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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