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아무런 요동 없이, 큰 고민 없이, 무탈함으로 가득찬 날은 이상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어지러운 마음이 들 때면 얼른 글로 옮기고 싶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참, 애매하다.
취업시장에 다시 뛰어들게 되면서 직장인의 페이스북과 같은 링크드인을 거의 매일 출석체크 하듯이 들어간다. 처음엔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딘가 몰입할 곳을 찾은 내 모습에, 마치 일을 시작한 것처럼 괜히 정신을 집중해본다.
그러다가 놀랐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1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을 등에 업고 더 효율적으로 바뀐 업무방식이 멈춰있던 나를 재촉한다.
처음 Chat GPT를 접한 것은 3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당시 뉴스에서만 얼핏 들었다가, 회사에서 초빙한 엑셀 교육 강사를 통해 Chat GPT의 위력을 실제로 직접 접한 것이다. 글로 몇 자만 타이핑 하면 몇 시간이 걸릴 데이터를 몇 초 안에 정리하고 레포트를 만들어주는 그 낯선 화면에 경악했다. 와 이거 대박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은 지금, Chat GPT 뿐만 아니라 여러 AI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구글닥스, 슬랙, 노션, 등.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프로그램들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마치 나 빼고 세상 사람들이 우리 이거 이제 사용하자, 약속이라도 한 듯 너무나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 혹시 이거 트루먼쇼인가?
가게에 무인계산기가 들어오고, 그 커다란 기계 앞에서 갈 곳 잃은 손가락으로 화면 이곳 저곳을 누르던 어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기억났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땐 도와드리기도 했다. '이거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한번 배워보시면 할 만 할텐데'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만한 생각이었다.
나는 거의 처음으로 윗 세대에 대한 진정한 연민과 공감을 느꼈다. 윗 세대라고 기술을 모르고 배우지 않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안다. 웬만한 젊은이보다 더 tech-savvy 이신 분들 많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뼈저리게 느낀거다.
얼마 전 남편과 은행에 갔던 적이 있다. 그 동네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은행에 찾아오신 분들 대부분이 60대 이상으로 보였다. 그 분들 대부분은 은행 방문을 어플로 예약하지 않고, 은행에 들어와서도 번호표를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모른다. 은행 직원과 한참 실랑이를 벌이시고는 뭐 이런 경우가 있냐는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계신다. 남편과 그 모습을 보면서 "은행 직원도 힘들고, 할머니도 힘들고, 모두가 힘드네.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되겠지?" "응 그럴수도. 근데 열심히 배워나가야지 뭐, 도태되지 않으려면" 그렇게 가볍게 얘기를 나눴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우리가 알아서 잘 배워나가면 돼.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인류에 도움이 되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그 새로움을 접하는 건 생각보다 개인의 많은 용기와 의지를 끌어올려야 함을 느꼈다. 새로움을 접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의외로 무조건인 긍정이 아니었다. 새로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 뒤쳐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잘 사용하지 못 했을 때의 부끄러움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먼저 맞서야 한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는, 두렵지만 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다. 모두들 나이는 들어갈 것이고, 시간의 흐름은 공평할 것이다. 섣불리 겁먹었지만 나를 토닥이며 한 발씩 나아가려고 한다. 그런 연유로 노션과 슬랙을 다운 받아서 이것 저것 기능을 터치해보고 있다. 그래, 이 눈꼽만큼의 노력이라도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