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부터 아기에게 먹이는 이유식이 하루에 3번으로 늘어났다.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유식 자체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는데 막상 시작하고나서는 할 만 했다. 그러다 1일 3회 이유식에 접어들자 기세가 꺾였다. 막상 이유식을 만드는 건 '밥솥 이유식'이라는 아주 유용한 툴을 통해 오히려 1회분을 만들 때보다 수월하다. 힘에 부치게 된 건, 아기에게 먹일 때다. 아직 분유와 이유식을 혼합하여 먹이고 있기 때문에 하루 3번 분유, 3번 이유식 스케쥴이 안 그래도 저질인 체력을 갉아먹는다. 정말이지 아기 밥만 주다가 하루가 다 끝나는 기분이다.
이유식을 주다보면 머리가 멍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랑스러운 나의 자식이고, 이 아이를 위해 밥을 먹이고 내 시간을 쏟는 것은 너무나 의미 있는 일이야, 스스로에게 살짝 가스라이팅을 한번씩 한다. 그러다가 이 단순 노동이 가끔은 내 두뇌를 둔탁하게 만드는걸까, 문득 생각한다.
생각에 꼬리를 물어 내 정신은 잠깐 회사 생활을 하는 과거로 간다. 책상에 앉아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여 엑셀 데이터를 정리하고, 업무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 저리 바삐 전화를 돌리며 타협점을 조율해가던 모습을 떠올린다. 당시 그 치열함 속에서는 단순한 삶을 꿈꿨다. 단순함이 나에게 더 맞다고 생각했다. 막상 온전히 내 시간을 관리하며 반복하는 행위의 일상 속에서는 다시 그 치열함과 복잡함이 그립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어지럽게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쾌감을 다시 기억해본다.
이유식 말고도 나에게 찾아온 두번째 고난이 있다.
7월이 되고부터는 공격적으로 회사에 지원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이 턱 밑까지 왔다. 수많은 채용공고 중에서 내가 지원하고 싶은 회사와 내 경력이 어필될 만한 자리인지를 판별하다보면, 어느새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곳은 몇군데로 간추려졌다. 확실히 헤드헌터를 통해서 진행하는 것보다, 수고스럽지만 내가 면밀히 살펴서 고르는 쪽이 더 적합한 곳이 많은 것 같다. 지난번 글처럼 나는 요새 외국계 회사에 대한 소심한 반항심을 가지고 국내, 외국계, 스타트업 가리지 않고 보고있다. 예전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외국계 회사만 고려했을거다.
이러한 반항심을 비웃기라도 한 듯, 아직까지 지원한 곳들에서는 연락이 없다. 빠르게 서류를 검토하여 벌써 결과를 알려준 곳도 있긴 하다만. 애니웨이 그리하여 나의 짝사랑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대출 심사는 잘 되어가고 있어서 다행인가 싶다. 역시 삶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섞여있다. 이 노력은 계속 하되, 너무 물살을 거슬러서 꾸역꾸역 올라가고싶진 않다.
며칠 전 본 글이 떠올랐다. 고난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지금 상황을 감히 고난이라고 일컫는 것은 아니다. 그 내용은, 힘든 시간 속에서 왜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원망하기 보다는 인내와 겸손을 배우는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었다. 삶의 플러스, 마이너스 속에서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 내용에 공감했다.
예전이라면 불합격 받은 메일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하지만 이번엔 그대로 놔뒀다. 내가 그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이력서도 다시 한번 살펴본다. 그리고 더 적합한 곳이 어디일지 고민하여 다음 지원에 반영하고 있다. 여러모로 7월은 의미있는 달이 될 것 같다. 조금 더 단단해지기 위한 시간이 되도록 잘 활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