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은 지윤이 묻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것인지, 아는 척 하는 것인지, 얼버무린다. 민준은 부장의 무성의한 대답을 듣고선, 부장이 1차적인 인사평가를 진행하는 중간 관리자로써 AI 툴이 무엇인지, AI를 업무에 활용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렇다면 AI를 업무에 활용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준비가 된걸까, 의구심이 든다. 아니, 의구심이 든다고 한 들 이에 대해 민준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일단은 인사평가에 도입된다고 공식적인 발표가 난 이상,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민준은 이를 받아들이고 준비를 해야한다.
미팅이 끝나고, 민준은 예전 회사 동료인 은성에게 카톡을 남긴다. 은성은 민준의 첫 회사 입사동기이다. 둘은 현재 각자 다른 회사 인사팀에 근무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주 연락을 하며 경력적인 조언을 주고 받는 좋은 친구 관계이다.
‘은성아. 우리 회사도 결국 AI 툴을 도입한다네? 완전 멘붕이다.’
은성의 회사는 IT 산업에서 꽤 유명하다. 은성이 대면해야 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의 직군 자체가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고, 가장 최신 기술을 습득해야만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은성은 민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러한 AI에 대해서도 익숙한 편이다. 민준의 이런 의기소침한 연락에 은성이 생각보다 가볍게 대답한다.
‘민준아. 앞으로 이런 변화는 계속 올거야. 익숙해져야할걸?ㅎㅎ 하다보면 의외로 겁먹을 필요 없다는거 알게될거야. 근데 하나 조언해주자면, 잘 모르겠으면 밑에 젊은 팀원들한테도 한번 물어보고 해봐~’
민준은 은성의 답을 보고선, 픽 웃는다. 의기양양해하던 지윤이 생각났다. 순간 정말 지윤에게 이것 저것 좀 물어볼까 하다가, 선배 자존심에 고개를 내젓는다. 부장이 말한 OO 프로젝트는 인사팀 내부에서 조용하게 진행 중인 건이다. 유독 직원들의 내부 고발, 자잘한 사건들이 나오고 있는 A 사업부에 대해, 본사에서 ‘조직문화 개선’ 목적으로 인사팀에 내린 중요한 프로젝트다. 부장 또한 이 프로젝트를 팀 업주 중 우선순위로 두고 팀원들은 닦달하고 있었다.
현재 각 팀원이 A 사업부에 대한 현재 상황 파악, 문제 진단, 해결책 제시까지 큰 틀을 준비하여 한 달 뒤 첫째 주 월요일 팀 회의 때 발표하기로 한 상황이다. 본사의 인사부 매니저도 화상으로 이 발표를 함께 참관할 예정으로, 팀원들의 부담감이 상당하다. 이러한 와중에 AI 툴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이고, 이것이 인사평가에도 직결된다는 뉴스는 직원들 입장에서 더욱 놀라웠을 것이다.
자리로 돌아온 민준과 직원들은 말이 없어졌다. 뒷 자리의 지윤은 무언갈 열심히 하는 듯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를 열심히 치고 있다. 민준이 흘깃 뒤로 쳐다보자 Chat GPT 페이지 말고도 처음 보는 프로그램들이 열려있다. 민준이 주변을 살짝 둘러보고선 지윤에게 의자를 끌고 다가간다.
"지윤씨, 그거 뭐에요? Chat GPT 말고 그 옆에 열려있는거 그거 뭐에요?"
"아~ 네, 이거는 프레젠테이션 같은거에 완전 최적화 된 AI에요. 요새 핫해요. 이미지, 도식화, 디자인 이런거 얘가 다 알아서 만들어줘요. 이거 되게 유명한데 처음 들어보셨어요?"
지윤이 묻자, 민준은 괜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대충 얼버무리며 더 이상 묻지 못하고 민준은 재빨리 자리로 돌아온다. 주변의 팀원들을 흘깃 스캔해보니, 다들 뭔가 바쁘게 하고 있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일단은 구겨넣고, 매일 하던 업무부터 하나씩 쳐내자는 마음으로 민준은 메일함을 살펴보며 메일 회신을 보낸다. 그 때 카톡 알람이 와서 확인해보니, 아버지였다. 밥은 먹었느냐는 아버지의 연락에 괜시리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울컥한다. 내일부터 주말이겠다 본가에 내려가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민준이 결심한다.
P.S. 싸이월드와 AI 그 사이 3번째 이야기를 올리기 전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의 육아휴직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8월 말부터 9월까지는 "힘들다" 라고 느끼는 것이 사치일 정도로, 하루 하루를 "오늘도 해냄" 서바이벌 모드로 지냈다. 그 와중에 이 글을 소설버전으로 하여 공모전에도 하나 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2번째 이야기까지는 (내 나름 생각하기에는) 시나리오라고 상상하면서 썼다면, 3번째 이야기부터는 소설 형식으로 톤을 바꾸었다. 2번째 이야기까지는 이걸 어떻게 완성할지, 어떤 설정으로 해야할지 등 자꾸만 걸리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꾸역꾸역 마무리를 지어보았으니 브런치에도 그대로 업로드 하기로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