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단편극장] 싸이월드와 AI 그 사이-4

by 서희

저녁 8시. 민준의 본가는 경기도 수도권이어서, 퇴근하고 2시간 남짓 걸려 도착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오랜만에 온 아들을 반기며 따뜻한 된장찌개와 반찬들을 식탁에 내놓으신다. 평소 같으면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갈 터인데, 오늘은 그 집밥들을 외로운 뱃속에 채워넣는다.


다음 날 아침 8시, 민준은 누군가 컴퓨터를 만지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깬다. 아버지가 민준의 방에 있는 컴퓨터를 보고 있다. 민준의 방은 이제 부모님의 서재가 된 지 오래다.


"아버지, 이른 아침부터 뭐하세요? 컴퓨터로 뉴스 보세요?"

"아, 깼냐? 미안하다. 아니, 나 요새 컴퓨터로 이것 저것 뭐 많이 하느라. 내 낙이다, 하하."


스마트폰을 처음 사드릴 때만 해도 카톡도, 인터넷 뱅킹도 할 줄 모르시던 아버지는 어느덧 유명한 플랫폼에 글을 쓰고, 디지털 관련 온라인 교육도 수강하고 계셨다. 그리고 몰랍게도 민준보다도 AI 시스템 종류에 대해서 더 다양하게 알고 있었다.


"아니, 아버지. 어떻게 저보다도 더 아세요? 저 AI 라고는 Chat GPT 밖에 몰랐어요."

"너야 바쁘니까 그렇지. 나는 은퇴하고 이렇게 하루종일 배우는게 낙이라니까."


민준은 순간 머쓱했다. 내가 정말 바빠서 그랬던 것일까,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던 걸까, 확실치 않았다. 그 때 아버지가 한마디 덧붙였다.


"근데 민준아,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계속 배워야 해. 더 이상 무언갈 배우려 하지 않을 때 사람은 도태된다. 그게 모든 것을 다 완벽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걸 두려워 하고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럼 그 사람은 거기 멈춰있는거야. 아니 뒤로 가는거야."


민준은 아버지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내가 과연 AI에 대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걸까, 직장생활에서 어떤 궤도에 올라서서 안정적인 포지셔닝을 했다고 생각했고 그리하여 더 이상 무언갈 배울 필요성을 못 느낀걸까, 그렇게 교만했던걸까, 그렇게 우리 세대들이 기성 세대들에게 외쳤던 소위 꼰대가 되어버린걸까.


민준은 주말 내내 열심히 배우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담히 지켜봤다. 간간히 아버지가 물어보는 스마트폰 기술에 대해서도 평소와 달리 상세히 알려드렸다. 일요일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민준은 창밖을 바라보며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해본다. 앞이 캄캄했던 방향성이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오답노트]

단편소설을 냈던 공모전에서는 똑 떨어졌다. 떨어졌다는 표현이 맞을 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공모전에 참가했다는 데에 의의를 둘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수상작들의 제목만 봐도 내공과 뭔지 모를 아우라가 느껴졌다. 내가 낸 이 단편소설의 제목은 "싸이월드와 AI 그 사이"가 아니라 "어느 세대를 위한 시대는 없다" 였다. 브런치에서도 그에 맞춰 제목을 바꿀까 한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해간 지 벌써 2달이 다 되어간다. 2달이라는 시간이 짧다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의 이번 2달간은 인생에서 이렇게 압축적이고, 효율적이게 산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순간 순간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야근이 꽤 있다보니, 브런치에 글 올리는 것이 좀 뜸해진 것이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만, 그리하여 오늘은 꼭 올리자 싶어 이렇게 부랴부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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