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짧은 여행
오전 10시 반 이유식 1차 먹이고
11시에 바로 분유 냠냠
오후 2시 반 이유식 2차 후
3시에 또 분유...
그러고 나면 딸래미가 4시쯤 마지막 낮잠을 자겠지?
그럼 평소처럼 뒹구르르 좀 쉬어야지 기대했다.
(남편은 오늘 근무...)
앗싸! 오늘은 3시 반부터 잠 온다고 찡찡 대길래 눕혔더니
웬걸... 4시부터 다시 안아달라고 울었다.
방에서 애기를 안고 터벅터벅 거실로 다시 나오는데,
갑자기 마음속에서 그냥 밖으로 나가자- 라고 한다.
피곤하다고 생각했는데 창 밖 눈부신 햇살을 보니
갑자기 에너지가 도는 느낌이다. 너무 아까운 날씨야.
딸! 우리 밖에 나가자! 하며 양말만 후딱 신기고
나는 꾸안꾸 느낌의 옷차림으로 입어본다.
오늘은 어디 놀러 가는 느낌으로 나가고 싶다.
어디로 갈까, 집 앞 늘 가는 산책 코스로 갈까 하다가
주말 오후 느긋하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머릿속에 뿅 나왔다.
아기 낳기 전 신혼 때 남편과 몇 번 가던
동네에 유명한 한 카페가 떠올랐다. 거기로 가자.
유모차를 끌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가면서도 즐겁다.
집에서 그렇게 멀진 않은데 가는 길이 골목골목이라 헤맸다.
네이버 지도까지 켜서 찾아가는데 이상하게 재밌다.
중간중간 딸과 눈 맞추며 친구한테 말하듯이 말을 건다.
어머 가는 길이 되게 복잡하다 그치-
저기 골목 지나면 있을 거 같애 빨리 가보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날 보며 한번씩 씨익 웃어준다.
저 멀리 익숙한 카페 입구가 보이자 신이 난다.
어렵게 찾아갔는데 왜 이렇게 즐거울까.
카페 내부와 외부는 사람들이 좀 차 있었고
외부에는 테이블 하나가 다행히 남아있다.
유모차를 옆에 세워두고
주문한 라떼와 휘낭시에를 가지고 나왔다.
의자에 푹 기대서 커피 한 모금, 휘낭시에 한입.
해가 쨍쨍하지만 무덥진 않고 따뜻하다.
폭싹 속았수다 애순이 대사를 빌려 쓰자면
나 너~~~무 좋아. (이게 행복인가?)
유모차를 끌고 온 건 나 밖에 없었고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온 손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휘낭시에만 얼른 먹고 커피만 갖고 금방 카페를 나왔다.
커피를 중간중간 쭈욱 빨아 마시며
유모차를 여유롭게 밀며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가다가 갑자기 계단이 있어서 다시 뺑 둘러가기도 한다.
동네에서 하는 꽃 축제도 가본다.
괜히 아파트 단지 쉼터 벤치에 앉아 좀 더 밖을 즐긴다.
그러다 이상한 냄새가 나서
딸래미 엉덩이를 보니 응가를 했다. (오늘만 3번째..)
빨리 집에 가서 씻겨줄게! 하며
유모차 손잡이를 꽉 잡고 우리 집으로 뛰어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엉덩이를 씻겨주는데 웃음이 나온다.
딸, 오늘 되게 재밌었지?
기저귀 다시 입히고 숨을 좀 돌리며 시간을 보니
집에서 나온 지 막상 2시간이 채 안 됐다.
이것저것 뭐 많이 한 것 같았는데 되게 짧았구나 싶었다.
마치 여행을 갔다 온 기분이다.
아기가 있으니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같은 경험도 다르게 느끼는 내 감정이 신기하다.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생기게 되었지만
감정이 더 풍부해졌다. 그리고 일상에 더 감사하다.
별거 아닌 일에 더 웃고, 힘든 일에 또 픽 웃어버린다.
내일도 또 나갈지 모르겠지만
날이 화창할 때마다 자주 외출해 봐야겠다.
딸, 좀 더 크면 우리 더 멀리 여행도 가보자.